소솜이 살아가는 이야기
나는 위로 받으러 나간다
소솜*
2023. 6. 17. 10:51
화장하다 방금 전 뭘 발랐는지 몰라 다시 또 바르고,
화장하다 순서가 생각이 안나 뭐부터 발라야 하는지 곰곰히 생각하고,
우리집 현관문 비밀번호가 생각이 안나 가족들에게 전화해서 열고 들어가고,
전자렌지에 반찬 데워놓고 밥 다 먹고 생각나고,
빨래 해놓고 세탁기에 꺼내지 않아 다음날 빨래 하려다 놀라고,
샴푸대신 린스로 머리 감으며 거품 안난다고 계속 사용하고,
약속 날짜 잘못 알고 혼자 기다리다 친구들에게 전화하고,
소고기 무국에 삼겹살 넣고 푹 끓이고,
티셔츠에 쟈켓 입었다고 생각했는데 속옷에 쟈켓입고 엘리베이터 타고,
눈썹 한 쪽만 그리고 하루 종일 당당하게 다니고,
보리차 끓인다고 보리 넣은 줄 알았는데 커피 넣어서 커피차 끓이고,
오늘 아침에도 세수하고 스킨부터 발라야 하는 것을
썬크림과 비비만 바르고 끝내며 왜이리 간단하지 싶어
다시금 화장대 화장품 살피다보니 아뿔싸~~
세수 다시하고 순서 바뀌지 않게 다시 바르며 눈물까지 찔끔
나만 이러고 살까?
위로가 필요한 날이다.
그래서 나는 위로 받으러 나간다
핑계가 그럴싸한 날 ㅎㅎ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