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솜* 2022. 6. 20. 13:49

<식구>

매일 함께 하는 식구들 얼굴에서

삼시 세끼 대하는 밥상머리에 둘러앉아

때마다 비슷한 변변치 않은 반찬에서

새로이 찾아내는 맛이 있다.

간장에 절인 깻잎 젓가락으로 잡는데

두 장이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아

다시금 놓자니 눈치가 보이고

한 번에 먹자니 입속이 먼저 짜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데

나머지 한 장을 떼어내어 주려고

젓가락 몇 쌍이 한꺼번에 달려든다.

이런 게 식구이겠거니

짜지도 싱겁지도 않은

내 식구들의 얼굴이겠거니

(이병록·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