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삿갓의 네글자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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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삿갓이 어느 마을을 지나게 되었다.
그런데 그 마을에 초상이 났다며
시끌벅적한 것이 아닌가.
그래서 마을 사람에게 물어 봤더니,
사또의 아들이 죽었다며
그 사유를 이야기하는 데 내용인즉
대충 이러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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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또의 아들이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허구헌날 기생집에 들러 기생들이나 끼고
진종일 술이나 퍼 마시는 것을 본 사또가
자식이 해 달래는 데로 다 해 주면서
책을 좀 읽게 하려고
불러 놓고 물어 봤더니
얼굴이 반반한 기생 하나를
집에 들여 주면 책을 읽겠다고 해서
그 기생을 데려다 아들 놈의 방에서
기거하게 해 줬는데,
.
그 아들 놈이 이제는 멀리 기생방을 찾아가
눈치 봐가며 기생을 껴안지 않아도 되므로
옆에 두고 밤이나 낮이나 끼고 즐기다
氣가 쇠하여 죽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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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얘기를 들은 김삿갓은 혀를 끌끌 차며
情事 (정사)라는 제목으로
아래와 같은 시를 한 수 지어 얘기를 해 준
이에게 주며"죽어도 좋은 것은 어쩌리"
하면서 마을을 떴단다.
爲爲不厭更爲爲 (위위불염갱위위)
不爲不爲更爲爲 (불위불위갱위위)
해도해도 싫지 않아 다시 하고 또 하고
안한다 안한다 하면서도 다시 하고 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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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가 즐기는 운우의 정은
아무리 해도 끝도 없고,
하고 또 해도 싫증이 나지 않는 것인데,
이를 불과 네 글자를 가지고
절묘하게 표현한 김삿갓의 시재(詩才)는
과연 달인이라 아니할 수 없구나
-옮긴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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