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 것은 다 그립다.
유년의 추억이 그렇고
중학 시절 영원히 변치 말자며
새끼 손가락 걸었던 조약돌 다섯 친구들,
단발머리 여고시절 얼굴만 봐도 깔깔댔던 친구들,
대학시절 의식의 흐름대로 정의를 불태우기,
첫직장에서 결성된 처총모임(처녀+총각)이
지금은 유부모임으로 이어지고 있지만
그 시절 기타 메고 텐트, 침낭, 코펠, 버너, 먹거리까지
지고, 들고, 메고 기차 타고 다녔던 여행은
그 어떤 여행보다도 힘들었지만
그만큼 설레이고 재미있는 여행은 없는 거 같다.
지나간 것은 아쉬움 보다는
아름다운 아련한 그리움으로 남겨졌다.
가만히 지난 추억들을 떠올리다 보니
그 추억 속에 함께하는 사람들이 생각난다.
친구, 선후배, 동료, 지인 등...
내게 더없는 인적 자원이자
마음을 꽉 채우는 보물 같은 사람들.
그렇기에, 무엇보다도 누구보다도
의미있는 날들을 함께 했던 사람들에게
감정의 흐름을 우선 시 하며 먼저 챙기고
희노애락을 기꺼이 공유하고자 했다.
그런데 사람이기에 간혹,
그 오랜 시간들 사이사이
새로운 시간들이 자라고 있음을 나는 몰랐다.
상대방에게도, 나에게도...
세월의 흐름만큼 틈새 없이 단단할 줄 알았는데
어느새 틈새가 생기고
그 틈새를 내가 모르고 지내는 동안
상대방의 틈새는 점점 벌어지고 있었다.
분명한 건,
더 많이 생각하고
더 자주 연락하고
더 깊게 고민한 사람이
더 많이 쓸쓸하다는 것이다.
친하다는 건,
어쩌면 마음에 쓸쓸함의 구멍이
숭숭 뚫리어 바람이 드나듦으로
뭔가를 잃어버린 느낌까지도
포괄적으론 포함되는 거 같다
아궁이에 불을 아무리 잘 지펴도
계속해서 장작을 넣지 않는 한
물이 스스로 끓지 않는 것처럼
친하다는 건,
서로의 마음과 배려가
끊임없이 교류되어 섞이어야
그 친함이 멈추지 않을 것 같기에
큰 호흡으로 감정 고르기를 하며
다시금 잘 마른 장작을 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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