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니얼 못 오냐?
고추도 따야 혀고, 옥수수도 따야 혀고,
차미, 가지, 호박, 오이, 토마토 다 익었는디
토요일엔 비온다 혀고
더 두면 뭇 먹을 거 같은디
워찌 시간이 안되것냐?"
지난 주 수욜에 엄마가 전화를 하셨다.
"엄마, 안과도 가야 하고,
내일은 백신접종도 맞아야 하고
이번 주는 어려울 것 같으니까
엄마 아들 보고 내려오라 해
아들도 방학이니까 아들 불러"했더니만
울 엄마
"갸는 바쁜디 시간이 되것남
그럼 워쩐다냐
쇠고 써그면 아까우니께 헐 수 없이
니 언니 또 내려오라고 허야것다"하셨다.
아니 왜 당신 아들은 부르실 생각도,
농삿일 시킬 생각도 없냐구요 ㅠㅠ
언니는 한 달에도 대여섯번 다니는데
또 언니를 부르시겠다는 말에
옆에서 통화를 듣고 있던 남편이
"내가 내일 갔다올게
이 더위에 고추라도 따 드려야지
양념은 우리 집에 제일 많아 가져 다 먹잖아"
하는데 어찌나 고맙던지.
우리 집 4남매는 늘 입버릇 처럼
"효도는 셀프니까 우리 4남매가 하고
사위나, 며느리에게는 강요하지 말자" 주의인데
알아서 자청하니 그저 고마울 따름이었다.
그렇게 내려갔던 남편이 올라올 때는
부모님표 농산물을 네 상자나 가져왔다.
옥수수, 참외, 가지, 호박, 오이, 파 등등
다른 농산물은 이웃, 지인들과 나눠 먹었는데
문제는 오이였다.
청오이도 아니요 노각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의 오이가 무려 이십여 개
오이김치 담가 본 적이 가물가물 하기도 하고
이 더위에 김치 담글 생각을 하니 더 덥기도 하고
그렇다고 부모님이 자식 주려고 정성껏 키우셨는데
그냥 버리면 벌 받을 것 같고
누구 주기에도 구부러지고 볼품 없어
이삼일 고민고민 하다가
맘 먹고 오이김치 담그기 시작
2시간 여만에 오이김치 두 통, 부추김치 한통 완성
나름 심혈을 기울였지만 맛이 어떨지 궁금했는데
저녁 밥상에 올렸더니 남편도, 딸도 엄지척 해주니
칭찬까지 더해져 국물까지 순삭ㅎㅎ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데
난 지난 일욜 제대로 춤 췄다.
이건 오이김치도 노각김치도 아닌
딱 내 나이와 비슷한 애매한 김치여서
오각김치라고 해야 할까~~
오늘은 살짝 익어서 맛이 더 좋고
모든 재료들(오이, 고춧가루, 마늘, 파, 양파)이
부모님표라 더더욱 건강한 맛이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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