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솜이 살아가는 이야기

'아띠랑스'에서 추억 하나 더하기

소솜* 2021. 11. 10. 10:54

 

난 비오는 날이 참 좋다.

폐부 깊숙이 자리하고 있던

평소와는 다른 호흡을 하는 느낌

그 그낌을 딱 집어 말할 수 없는

모호한 그리움의 감정인 듯도 싶기도 하고

미처 해보지 못한 것들에 대한

미련과 아쉬움의 느낌인 듯도 싶고

암튼 난 비오는 날이 참 좋다.

늘 마시고 뱉던 호흡이 아니라

끝갈데 없는 기분 좋은 호흡이랄까.

출발할 때는 비에 기분 좋았고

돌아올 때는 어슴푸레 내려앉는 어둠이

그리움에 아련함까지 더해져 기분 좋았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기분 좋음에 

날씨와 어둠의 기분 좋음이 덧입혀져

제대로 기분에게 뭔가를 해준

선물 같은 하루를 보낸 거 같았다.

그날 그날이 살아갈 날들 중에서

가장 젊은 날이라고 여기기에

남길 수 있을 때까지

하나라도 더 읽고, 보고, 듣고, 느끼며

아름다운 추억을 많이 남기려 한다.

먼훗날 스스로 움직이며

추억을 남길 수 없을 때가 오면

남겨 놓은 추억을 파먹으며 사는 사람은

배만 부르게 사는 사람보다 행복하지 않을까.

난 그렇게 생각하며 

강물이 도도하고 유장하게 흐르는

'아띠랑스'에서 예쁜 추억 하나 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