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솜이 살아가는 이야기

파김치에 울고 고추장에 웃고

소솜* 2022. 9. 24. 22:06

고향~~

어머니의 품처럼 포근하고 따뜻한 곳

그 곳이 고향이라고 말하곤 하던데

누렇게 익어가는 너른 들녘

자고 일어나 아침에 줍는 밤

잘 익어가고 있는 감, 대추를 보노라면

따뜻하고 여유있으면서 뭔가 모를 뭉글함이

가슴에서 몽글몽글 피어오르는 것 맞다.

하지만 그럴 여유도 잠시 

커피 한 잔 마실 틈 없는 일이 시작된다ㅠ

 

어제 오전 수업 마치고 고향으로 출발

마당에 들어서니 차에서 내리지도 말랜다.

엄마 보청기 수리하러 언니와 엄마 모시고 다녀온 후

옷 갈아이입기 무섭게 김장파 심은 거 솎아서

파김치 담그려고 쪽파를 다듬는데

아직 다 자라지 않아 연하긴 한데

파 다듬다가 눈물은 쏙 눈알은 빠질 뻔~

한 번에 먹을 만큼 돌돌 말아 통에 담고

이불 펴고 언니와 이야기 하다보니 쿨쿨

빠지려던 눈은 다시 제자리로ㅎㅎ

오늘 오후에 집에 올라와 저녁 밥상에 올리니

연하고 맵지도 않고 맛있다고 남편이 엄지 척!

 

부모님에게는 아침 5시

나에게는 새벽 5시에 오늘이 시작되었다.

고추장 담그러고 밤새 삭힌 엿기름물 끓이고 

언니와 밭에 나가 고추 따고 밤 줍고

아침 준비해서 먹고 치우니 9시

본격적으로 고추장 담그기 시작

올해 농사지은 햇고춧가루와 

고추장용된장, 물엿, 엿기름물 식힌 거, 소금으로

골고루 섞이게 휘휘 저어주면 끝~~

부모님과 4남매, 4남매의 자식들까지

일곱집 1년 먹을 고추장이 통으로 12통

우리집 몫으로 3통 배당 받아 싣고 오는데 

뿌듯함과 흐뭇함으로 입가에 웃음이 절로~~

올해도 고추장을 사용하는 찌개, 나물, 쌈장 등

명인의 경지에 이른 맛을 낼 수 있겠구나ㅎㅎ

음식은 장맛과 손맛이라는데

간장, 된장, 고추장 직접 담그기도 하지만

엄마표 장맛은 소문이 자자햇니

밋보지 않은 사람은 있어도

한 번 맛본 사람은 없다나뭐라나ㅋㅋ

집으로 출발하며 부모님께 인사드리니

"딸들하고 매일 살았으면 좋겠다"하시며

못내 섭섭하게 손 흔들던 엄마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고 코끝이 찡하다.

반찬 신경 써서 삼  시 세끼 뜨거운 밥 해드리고

병원. 시장 뿐 아니라 필요한 곳 다 모시고 다니고

집안일, 농삿일도 도와 드리다보니

함께 살면 외롭지 않고 끼니 챙길 걱정도 없고

딸들과 도란도란 이야기도 하고 싶으신 건 알지만

언니와 나도 가족이 있고 일이 있고 생활이 있으니

죄송한 마음이야 있지만 어쩌랴~~

그래서 자주 가는데도 올라올 때마다

엄마도 우리도 서로 명치가 알싸한 게

부모 자식의 정이고 도리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