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솜이 살아가는 이야기

꽃 좋아하시는 울엄마

소솜* 2022. 10. 21. 08:34

채송화, 함박꽃, 백일홍,
누렇에 익은 콩대, 붉은 고추,
잘 익은 대추, 홍시 감...
이름만 들어도 왈칵 그리움이 솟구친다.
가을 고향집 마당에 구부정하게 앉아,
붉은 고추를 다듬으시던
엄마의 모습이 떠오른다.
울컥 눈물이 난다.
유난히 꽃을 이뻐하시고 좋아하시는 울엄마
지난 번 추석에 고향집 내려갔을 때
붉게 피어난 백일홍 꽃을
하염없이 바라보시면서
"내년에도 내가 이 꽃을 볼 수 있시려나 몰르것다" 하시며
못내 쓸쓸한 표정으로
눈가에 삶의 애환을 녹여내시던 울엄마
엄마의 물기 섞인 말과 쓸쓸한 모습이
내 뇌리에 각인되어
살아가는 내내 명치를 먹먹하게 할 것이다.
그 시대를 살아온 부모님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자식을 위해 고생하시며
자신을 삶을 희생하셨겠지만
울엄마는 유난히 더
가난과 무지 속에서
억척스럽게 앞뒤를 돌아보지도 않고
당신의 가난과 무지만은 물려주지 않으려
꽃다운 젊음을 단 하루도 느껴보지 못하시며
일, 절약, 오기로 버텨내신 그 시절을
꽃을 심고,
꽃을 좋아하고,
꽃을 바라보는 것으로
엄마의 젊음을 잠시나마 되돌리는 것 같아
꽃을 보며 혼잣말로 자조적인 이야기를 하실 때
난 늘 억장이 무너지며 눈물이 왈칵 솟는다.
그런 엄마의 노력과 희생 덕분에
내노라할만한 성공은 하지는 못했어도
그래도 나름 당신의 자랑이 된 자식 넷
그 자식들이 엄마의 사간을
젊음으로 되돌려 놓을 수는 없지만
살아가시는 날들만큼은
마음이라도 젊음으로 되돌려 드리고 싶다.
당신의 삶을 본받고 싶은 작은 딸이
며칠 내로 가을 국화꽃 한아름 사들고
고향집에 내려가 가슴 가득 안겨드릴게요.
국화꽃 받으시고 소녀처럼 환하게 웃으실 울엄마
당신을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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