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까지 왔니?"
"현택이네까지 왔다"
"어디까지 왔니?"
"하꼬방까지 왔다"
어렸을 때 동생을 업고
채소 팔러 나간 엄마를 기다리며
신작로 길을 왔다갔다 하노라면
내 등에 얼굴을 대고
막내 동생이 묻고 내가 대답하던 말이다.
엄마가 빨리 왔으면 하는 마음으로 하던 놀이
채소 다 팔고 빈 대야에
한쪽이 썩은 사과라도 사왔으면...
소금에 절인 갈치라도 사왔으면...
엄마에 대한 걱정과
먹거리가 풍족하지 못하던 시절에
엄마가 시장에 채소를 내다 팔아야만
맛볼 수 있었던 온전치 못한 과일
짜디짠 갈치라도 사와 밥솥에 찌는 날이면
생선 비린내만 맡아도 절로 입맛이 돌곤 했는데.
친구와 서너시간 이야기를 나누다
불현듯 추억 저 아래에 있던
유년의 애틋하고 명치가 먹먹한
아름다운 추억이 생각난 건 왜일까??
아마도,
어디까지 왔니? 이 물음 때문일 것이다.
관계는 지금이다.
영원할 것 같았던 관계도
과거 속에 묻혀버리기 일쑤이고
변하지 않을 것 같았던 관계도
변이가 발생하면 등을 보이게 되겠지
지금의 관계를 잘 유지하면
먼 훗날에 어느 날 또 다시
"어디까지 왔니?"를 내게 물었을 때
"아직아직 멀었다"를 자신있게 답하리라.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만 하는 지금,
자신의 욕심과 상황만을 내세우기 전에
서로의 입장이 되어 배려하고 존중하는 거
그건 서로의 노력이 담보가 되어야 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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