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 이야기(펌)

가을 해거름 들길게 섰습니다

소솜* 2023. 9. 24. 09:03

가을 해거름 들길에 섰습니다 
                              김용택
 
사랑의 온기가 더욱 더 그리워지는
가을 해거름 들길에 섰습니다
 
먼 들 끝으로 해가
눈부시게 가고
산 그늘도 묻히면
길가에 풀꽃처럼 떠오르는
그대 얼굴이
어둠을 하얗게 가릅니다
 
내 안에 그대처럼
꽃들은 쉼없이 살아나고
내 밖의 그대처럼
풀벌레들은
세상의 산을 일으키며 웁니다
 
한 계절의 모퉁이에
그대 다정하게 서 계시어
한없이 걷고 싶고
그리고 마침내 그대 앞에
하얀 풀꽃
한 송이로 서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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