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솜이 살아가는 이야기

그리움의 비가 하염없이 내린다

소솜* 2024. 7. 18. 10:09

회색빛 하늘이 한껏 내려 앉았다.
낮인지 밤인지 전등 불빛이 아니면
구분이 안될 정도로 심통이 단단히 나 있다.
이곳저곳에서 비 피해가 속출하고 있고
우린 또 속수무책으로 별 피해 없기를 바랄 뿐이다.
자연재해가 인재인지,
인재가 자연재해인지
이제는 구분이 안될 정도로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식의 
핑계 같지 않은 핑계는 더이상 없기를 바래본다.
 
비가 내리는 운동장을 가로질러
친구와 장난치며 등교하는 아이들을 보며
순수함과 엉뚱함에 피식 웃음을 지으며
내 어릴적 추억들이 고스란히 소환된다.
대나무 우산살에 간신히 붙어 있는 파란 비닐
바람이라도 불라치면 뒤집혀
바람의 반대 방향으로 다시 뒤집어 바로잡아도
결국 학교에 도착하기도 전에 
우산은 찢어지고 망가지기 일쑤여서
교실로 들어가기 전 운동장 수돗가에서
흙탕물이 튄 종아리와 발을 씻으며
친구들과 깔깔대며 물던지기 놀이를 하곤 했었다.
젖은 옷이 마를 때쯤이면 하교시간이 되고
망가진 우산은 버리고 친구들과 신작로 길에서
"세상에서 제일 날씬한 사람 이름이 뭔지 아니?"

"당연히 알지, '비 사이로 막 가' 잖아"
우리도 비 사이로 막 가보자며
신나게 뛰어서 가다 걷다를 반복하다보면
한  시간여 걸리던 집에 삼십분이면 도착했는데.
책이 비에 젖어 종이가 퉁퉁 불어 있고
방바닥에 말려도 다음날 까지 다 마르지 않아
축축한 상태로 공부하다가
햇볓이 쨍 나면 밖에 말려도 
이미 뚱뚱해진 책은 어쩔 수 없더라구.
사람이든 물에 젖은 책이든
한 번 뚱뚱해지면 원상태로 복구는 힘들어
지금의 내가 딱 젖은 책 햇볕에 말린 꼴이라니까ㅠㅠ
장맛철에 딱히 해줄 거 없는 엄마가
밭에서 자라는 호박, 부추, 고추 따서
솥뚜껑 뒤집어 놓고 들기름에 부쳐 주시던 부침개
감자, 호박에 집간장으로 간을 맞춰
밀가루 반죽 뚝뚝 떼어 넣고 해주시던 수제비가
오늘은 너무나 먹고 싶고 그립다.
쌀이 흔치 않았던 우리 집에서
수제비나 칼국수로 저녁을 해결했던 나는
지금도 수제비나 칼국수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저 제철 채소와 간장이 육수 역할을 했던
담백해도 너무나 담백했던 엄마의 음식들.

없는 살림에 자식들 맛있게 먹이려고

얼마나 고민하고 마음이 아프셨을까.

다행히 엄마가 손맛이 좋으셔서
그나마 겉절이나 김치가 맛있어서
배고픔에 한대접 먹긴 했는데...
영원히 먹을 수 없는 음식이 되고나니

지금은 어찌나 생각나고 먹고픈지

엄마 그리움에 눈물이 주르륵 주르륵~~
텅 빈 운동장에는 하염없이 비는 내리고

엄마 보고픔에 내 눈에도 하염없이 눈물이 내린다.

내가 가장 존경하고 사랑하는 울엄마

너무나 보고 싶으니 꿈 속에라도 꼭 놀러와!!

비는 계속되고 유년의 추억도 계속 꺼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