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중에는 아이들 가르치며 살림하고
토욜에는 친구들 만나 실컷 놀고
일욜에는 시골집에 내려가 아버지 케어하고
몸이 서서히 반기를 들기 시작하는지
오늘은 머리어깨무릎발은 물론이거니와
손가락 관절이 심해져 자판 두드리는 것도 쉽질 않네 ㅠㅠ
유난히 햇살이 쨍쨍 내리쬐었던 올여름
꽃도 탈색이 빨리 되어 칙칙하길래
꽃 좋아했던 울엄마 예쁜 꽃으로 바꿔주려고
꽃다발 준비해 눈에 보이지 않으면 잊을까봐
현관입구에 놓아두고 결국은 그냥 내려왔넹 ㅠㅠ
"엄마 추석에는 선명하고 환한 꽃으로 바꿔줄게
칙칙해서 보기 흉해도 조금만 기다려줘"
3시 쯤에는 엄마를 만나 실컷 울며 하소연 했다
"엄마, 오늘도 집에 내려오기 9시가 다 되어 가는데 현관문도 열리지 않아 뒤 다용도실로 들어가서 주방에 들어서니 수돗물은 콸콸콸 저혼자 쏟아지고 있고, 거실에 가보니 아버지는 여전히 쇼파 지정석에 장승처럼 앉아 졸고 계시고 tv는 어찌나 소리가 큰지 귀가 멍멍하고 에어컨 켜놓고 거실문은 열어놓았더라. 아침은 드셨느냐고 흔들어 깨우니 안드셨다길래 아침 챙겨드리고 청소하고 밭에 나가 고추, 노각, 가지 따고 들어와보니 또 지정석에 앉아 졸고 계시는데 억장이 무너지는 거야. 목욕시켜드리고 빨래하고 반찬 만들려고 시장 다녀왔더니 여전히 tv는 왕왕대고 아버지는 부동의 자세로 졸고 계셔서 외식하는 거 좋아하시는 아버지가 유일하게 움직여 집 밖으로 나오는 게 음식점 갈 때 뿐인지라 추어탕 드신다길래 엄마와도 자주 갔던 설악추어탕에서 추어탕 한그릇 사 드셨어. 어른 걸음으로 1분 도 채 안걸릴 거리를 아버지는 5분도 넘게 땅이 꺼질새라 천천히 걸음을 옮기시는데 답답하기도 하고 안스럽기도 해서 가슴이 먹먹하더라구. 전혀 움직이시질 않으니 하루가 다르게 다리에 근육이 빠져 얼마 못가서 못 걸으실 것 같아 그게 가장 큰 걱정이야. 집에 도착해서 쇼파에 앉아서 졸지 말고 침대에서 주무시라고 했더니만 핀잔을 하며 쇼파 지정석에 앉으시는데 하루이틀도 아니고 이젠 자식들도 두 손 들고 말았어. 요양보호사님이 말해도 들은 척도 안하시고 하루 종일 그자리에 앉아 졸기만 하시는데 달리 방법이 없네. 갈수록 귀찮다고 전화도 받지 않으셔서 불안하고 아직은 그나마 정신줄이라고 잡고 있어서 다행이다 싶지만 엄마~~제발 아버지가 30분 정도라도 스스로 움직이시고 밖에 나가서 들녘이라도 바라볼 수 있게 엄마가 아버지 꿈에 나타나서 단호하게 말 좀 해줘. 아버지가 엄마 말은 잘 들었으니까 엄마가 말하면 꼭 들을거야. 엄마에게 못다한 효도를 아버지에게 마음껏 할 수 있도록 해줘, 아버지는 지병이 없으셔서 스스로 걸을 수만 있으면 몇 년은 사실 것 같은데 한 발자국 움직이시는 것도 안하시려 하니 걷는 것의 중요성을 인지하시게 해줘, 엄마 하늘나라에 가시고부터 아버지가 저리 맥을 놓으시고 꼼짝도 안하시는데 자식으로서 온갖 방법을 다 동원했어도 본인이 안 움직이시니 자식들이 한계에 부딪히게 되어 서서히 지치네,
엄마~~아버지 걷고 싶고 움직이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꼭 꿈에 나타나서 말해 줘 꼬오옥~~"
하늘에 계신 엄마에게 울면서 하소연 하다보니
햇볕은 머리 위로 내리쬐어 어지럽고
눈은 빨갛게 충혈되고 머리가 아파
초록을 보면 머리가 맑아질 거 같아
근처 '삼선산수목원'을 둘러보다 보니
초록이 눈도 정화시켜 주고
마음도 서서히 초록초록 힐링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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