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무릇을 흔히 보는 게 쉽지 않아
개회시기인 요즘 길상사를 찾았다
꽃무릇을 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찾아 사진으로 남기는 모습이
여기저기 눈에 들어오는 걸 보니
길상사 꽃무릇이 유명하긴 한가보다
군락을 이루고 피지는 않아서
탄성을 자아낼 정도는 아니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노라니 붉은 꽃의 도도함의
그 무엇인가가 가슴을 뜨겁게 했다
경건한 마음으로 길상사를 둘러보고
커피도 마실 겸 책도 읽을 겸겸사겸사
다원에 들러 비치된 책을 읽다가
오세암 동자승의 얼굴을 책 속에서 보는 순간
눈물이 왈칵 솟으며 주체할 수 없이 흐르는데
옆 테이블 손님들 볼까봐 고개도 못들고
휴지로 연신 닦아도 20분은 족히 흐르는 눈물
그냥이었다
이런 게 그냥이라는 거구나 싶었다
책장을 넘기다 마주한 동자승의 표정
5살 얼굴 표정이 세상의 고뇌를 다 품은 듯해
그냥 대책없이 눈물이 마구 흐르며
가슴이 뜨겁고 미어졌다.
이런 경험은 처음이었다.
뭘까?
내가 나이들어 가는 것이라고 덮기에는
뭔가 다른 그 무엇이 있었다
그게 뭘까?
더는 읽을 수 없어 책꽂이에 꽂고 나와
나도 모르게 발길이 극락전으로 향해
극락전에 잠시 앉아 기도를 했다.
가족의 건강과 행복을
나라가 나라답기를
내가 아는 모든 사람들의 평안하고
누군가의 간절함이 이루어지길 바라는 기도.
종교와는 별개로 그래야만 했다.
동자승의 눈빛을 보는 순간 그냥.
길상사른 나와 집으로 오며 지금까지
뭉클함과 먹먹함이 내내 명치끝에 달려있다.
뭔지는 정확히 모르는 그 무엇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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