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생활 이야기 (펌)

때로는 모르는 게 약" 암 검진에도 '은퇴'가 필요하다

소솜* 2018. 12. 26. 08:49

때로는 모르는 게 약" 암 검진에도 '은퇴'가 필요하다



80세 김 모 할아버지는 거동이 불편한 몸을 이끌고 국가 5대 암(癌) 검진을 받기 위해 한 병원을 찾았다. 하지만 의료진은 그에게 검사를 권하지 않았다. 뇌졸중 합병증이 있는 점, 과거 병력과 현재 신체상황 등을 고려할 때 위 내시경과 같은 검사를 받기 힘들 뿐더러 암이 발견되더라도 적극적인 치료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 씨는 “나라에서 검사받으라고 해서 왔는데, 왜 의사가 검사를 못받게 하느냐”며 의료진을 향해 소리쳤다.

때로는 모르는 게 약(藥)일 때가 있다. 초고령의 환자가 남은 여생을 ‘암에 걸렸다’는 사실로 힘들어하며 고통스럽게 보내는 경우를 보면 그렇다. 많은 암환자들이 진단 시기부터 우울, 불안, 분노, 슬픔, 좌절 등 심리적, 정신적 스트레스를 겪는다고 한다. 암이 발견되면 치료를 안하겠다고 하는 경우는 극소수다. 하지만 어렵사리 치료를 받다가 항암치료에 따른 합병증으로 더욱 쇠약해지는 일도 많다.

◆ 암 검진에 은퇴가 필요한 이유

우리나라는 한국인이 많이 걸리는 5대 암(위암·간암·대장암·유방암·자궁경부암)의 조기 발견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국가에서 검진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국가 지원 검진에는 연령 상한선은 없다. 다만, 국립암센터와 국가암검진 권고안 제‧개정 위원회는 지난 2015년 암검진 권고안을 통해 검진 적정 연령과 은퇴 연령을 제시했다. 위암은 만 74살, 대장암은 80살, 유방암은 69살, 폐암은 74살까지만 검진을 받도록 했다.

검진 종료 권고 연령은 강제적인 규정이 아니라 일종의 임상 현장에서 의료인들이 암검진 관련 상담과 결정을 돕기 위해 개발한 가이드 라인이다.

이찬화 국립암센터 암예방검진센터장(사진)은 “검진 종료연령은 여러가지 과학적 근거를 토대로 나온 것이다. 일정 연령이 넘으면 1년 또는 2년마다 검진을 받은 사람이나 받지 않은 사람이나 유병률, 사망률 감소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국가 재정으로 이뤄지는 암 검진이 ‘과연 투입되는 의료비만큼 실제 이득과 효과가 있느냐를 두고 봤을 때’ 고령자의 암검진에 대해서도 재고해볼 필요가 있다는 의미도 있다.

이 센터장은 “개개인의 상태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70대 중반이 넘는 고령의 경우 암 진행속도가 더딘데다 암 발견 후 치료로 사망에 이르는 것까지 고려했을 때 경제적, 심리적으로도 환자에게 이득이 남지 않는다”고 밝혔다.

아직 국가 차원에서 암 검진의 종료연령을 두고 있는 나라는 거의 없다. 유럽의 경우는 유방암 검진에 대해서는 종료연령 두고 있다.

이찬화 암예방검진센터장은 “간혹 할머니 유방암 환자도 있지만 수천명 중 한명 꼴이다. 그 한 사람을 발견하기 위해 국가에서 고령 노인에게도 계속 검진을 권하는 게 맞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아있다”며 “유방암 검진의 경우 40세부터 2년에 한번씩 엑스레이를 찍는다. 70,80대 연령때까지 계속 검진을 한다고치면 엄청나게 검사를 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 암 종류 및 나이별 권고하는 검진 주기는?

국립암센터 등은 위암 검진의 경우 75세 이후부터는 검진 효과가 불충분하며 85세 이상의 경우 검진을 받은 그룹의 사망률이 검진을 받지 않은 그룹보다 높아 검진을 권고하지 않고 있다.

대장암 검진은 45~80세 무증상 성인을 대상으로 1년 또는 2년마다 분변잠혈검사를 기본적인 대장암 선별검사로 권고했으며, 80세 이후부터는 검진의 효과가 불충분했다.

유방암 검진은 40~69세 무증상 여성을 대상으로 유방촬영술을 이용한 유방암 검진을 2년마다 시행할 것을 권했다. 70세 이상에서 유방암 검진은 개인별 위험도에 대한 임상적 판단과 수검자의 선호도를 고려해 선택적으로 시행할 것을 권고했다.

갑상선암 검진은 무증상 성인에서 초음파를 이용한 갑상선암 검진은 권고하거나 반대할 만한 의과학적 근거가 불충분하므로 일상적 선별검사로는 권하지 않는다.

간암 검진은 40세 이상의 B형, C형 간염 바이러스 보유자는 매 6개월 간격으로 간 초음파검사와 혈청 알파태아단백 검사를 시행할 것을 권고하며, 연령과 상관없이 간경화증 진단을 받은 환자는 진단시점부터 권고했다.

자궁경부암 검진은 만 20세 이상의 무증상 여성을 대상으로 자궁경부세포도말검사(Pap smear) 또는 액상세포도말검사(LBC)를 이용한 자궁경부암 선별검사를 3년 간격으로 시행할 것을 권했다.

폐암 검진은 30갑년 이상의 흡연력이 있는 55~74세인 고위험군(금연 후 15년이 경과한 과거 흡연자는 제외)을 대상으로 저선량 흉부CT를 이용한 폐암선별검사를 매년 시행할 것을 권했다.

이 센터장은 “고령 노인들이 지나치게 검진에 집착하지 않기를 권고한다. 검진도 개인의 건강상태에 맞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암 발병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에 사로잡혀있기 보다는 생활습관 개선, 운동 등으로 삶의 질을 높이는 데 더 몰두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