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은 내게
오월은 내게 사랑을 알게 했고
달 뜨는 밤의 설레임을 알게 했다
뻐꾹새 소리의 기쁨을 알게 했고
돌아오는 길의 외로움에 익게 했다
다시 오월은 내게 두려움을 가르쳤다
저젓거리를 매운 군홧발소리 총칼소리에
산도 강도 숨죽여 웅크린 것을 보았고
붉은 피로 물든 보도 위에서
신조차 한숨을 쉬는 것을 보았다
마침내 오월에 나는 주검처럼 처박혀
일곱 밤 일곱 낮을 이를 가는 법을 배웠다
원수들의 이름 손바닥에 곱새기며
그 이름 위에 칼날을 꽂는 꿈을 익혔다
그리하여 오월에 나는 복수의 기쁨을 알았지만
찌른 만큼 찌르고 밟힐 만큼 밟는 기쁨을 배웠지만
오월은 내게 갈 길을 알게 했다
함께 어깨를 낄 동무들을 알게 했고
소리쳐 부를 노래를 알게 했다
-『신경림 시전집 1』창비,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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