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밥
문정희
아픈 몸 일으켜 혼자 찬밥을 먹는다.
찬밥 속에 서릿발이 목을 쑤신다.
부엌에는 각종 전기제품이 있어
일 분만 단추를 눌러도 따끈한 밥이 되는 세상.
찬밥을 먹기도 쉽지 않지만
오늘 혼자 찬밥을 먹는다.
가족에겐 따스한 밥 지어 먹이고
찬밥을 먹던 사람.
이 빠진 그릇에 찬밥 훑어
느가 남긴 무 조각에 생선가시를 핥고
몸에서는 제일 따스한 사랑을 뿜던 그녀.
깊은 밤에도
혼자 달르락거리던 그 손이 그리워
나 오늘 아픈 몸 일으켜 찬밥을 먹는다.
집집마다 신(神)을 보낼 수 없어
신(神) 대신 보냈다는 설도 있지만
홀로 먹는 찬밥 속에서 그녀를 만난다.
나오늘
세상의 찬밥이 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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