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을 꿀꺽 삼켜도 여전한 사람들이 있다.
삼켜진 세월 속 추억들을
언제 뱉어내 펼쳐도 그립고 즐겁고 행복한
그녀들과의 세월은 그러하였고
여전히 그러하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스무 너댓살에 첫발령지에서 만난 그녀들
작은 시골 학교라서 샘들 모두 가족 같았다.
서울로 학교를 옮기 후에야 알게 된 건
학교 구성원 모두가 가족 같기는 어렵다는 거.
그래서 더더욱 그시절이 그리운가 보다.
한 달여 동안 오후 내내 뜨거운 가을 햇살을
고스란히 받으며 연습했던 운동회 무용
일주일에 한 두번씩 교직원 배구대회 후
장작불에 구워 먹던 삼겹살과 김치찌개
처총회(결혼 안한 남여 선생님들 모임)에서
똑같은 14금 반지 맞춰서 끼고
주말이면 도시로 나가 접했던 신문화
삽교천 방조제 둑에 앉아
별 바라보며 기타 반주에 맞춰 불렀던 노래들
퇴근 후 자취집에서 함께 해 먹었던 음식들
난로가에 옹기종기 모여앉아 나누었던 이야기들
어느 것 하나 또렷하지 않은 기억이 없고
어느 것 하나 즐겁지 않은 추억이 없다.
3~4년을 친 자매처럼, 친 남매처럼 지내다
결혼 후 각자 서울, 수원, 일산으로 학교를 옮긴 후
직장생활, 집안 일, 자녀 양육까지 서로 바쁘게 지내다
10여 년 전부터 다시 만나기 시작한 그녀들
어디다 내놓아도 빠지지 않게 자식들 잘 키우고
결혼 후 몇 십년 간 알콩달콩한 가정 잘 일구고
아직은 모두가 건강에 적신호 없고
부자는 아니더라도 먹고 사는 걱정 없고
가장 편안하고 여유로운 시간들 보내고 있다보니
얼굴에서 웃음이 걷히질 않았다.
이영자가 전참시에서 찾아서 유명해졌다는
'아 이맛이야 장작철판구이 행주본점'에서
현란한? 손놀림으로 맛있게 구워진 삼겹살을 먹고
'헤이리 예술인 마을'에서 커피를 마시며
커피 향기보다 더한 이야기 향기에 취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하하, 호호, 깔깔~~
아홉 시간의 만남이 마치 한 시간처럼 흘러
다섯명이 완전체인데 뒤늦게 코로나 확진으로
참석하지 못한 샘까지 7월에는
완전체 만남을 기약하며 아쉬움 담아 집으로
아~~물론 투표는 사전투표로 마쳤고
의상 코드는 검정 상의로 맞추었고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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