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솜이 살아가는 이야기

눈물 한 바가지~~ 감동 한 양동이!!

소솜* 2021. 2. 11. 12:17

 

눈물을 한 바가지는 흘린 것 같다.

감동을 한 양동이는 담은 거 같다.

20대 중반에 교단에 첫 발을 디딘 후

단 하루의 멈춤도 없이 교단을 밟았다.

힘듦이 어찌 없었으랴

그럼에도 보람이 훨씬 컸다.

사회 곳곳에서 자신의 몫을 다하는

멋진 제자들의 소식을 들을 때마다

이래서 교직생활도 중독이 되나보다 싶었다.

'박수칠 때 떠나라'라는 말이

얼마나 용기와 결단이 필요한 것인지 실감했다.

내가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해서

'명예퇴임'을 하게 되었는데도

"그 아까운 직장을 왜그리 일찍 그만둬?"

"나는 그런 직장이면 정년까지 하겠다"

"명퇴 후 6개월 좋고 그 다음부터는 후회한대"등

주변 지인들과 동료샘들은 아쉬워했지만

몇 년 전부터 계획했던 일이었고

한 살이라도 젊었을 때

직장생활 하느라 못해본 것들 하면서

건강도 챙기고, 여유로움도 즐기고

그동안 마음이 뿌듯한 교직생활이었다면

지금부터는 마음이 행복한 내 생활을 즐기려 한다.

지난 월요일,

코로나시대라서 퇴임식을 극구 사양했음에도

학교에서 감염 예방에 많은 신경 쓰고

퇴임식을 준비해 주셨는데

오히려 그 감동은 너무나 컸고

감동의 쓰나미로 흘린 눈물이

머리가 띵할 정도였다.

뒤 이어 화요일,

동학년샘들이 미니 퇴임식을 따로 준비해서

서프라이즈로 해 주었는데

다섯의 따뜻한 마음이 고스란히 전달되어

마음의 눈물을 또 한 양동이는 쏟았다.

그리고 어제 목요일,

친구들이 명퇴를 축하하고

새로운  백조 탄생 파티?를 해줘서

겨우 눈물이 마를만 했는데

또 울컥하고 눈시울이 붉어지게 했다.

가족들은 학교에서 퇴임식도 했고

학생들과도 마지막 수업은 마쳤지만

2월 28일까지 교사의 신분은 유지되니까

교사로서의 마직말 날은 비워두라며

딸이 살짝 귀띔을 해줬으니

그날 흘릴 눈물은 따로 모아 두어야겠구만.

 

두 번의 퇴임식을 하면서

내 평생에 그토록 많은 선물들을

이틀 사이에 받아보긴 처음인 거 같다.

선물이 와르르르~~

송공패를 비롯하여

꽃가게를 임시 오픈 해도 될 정도의 꽃다발

축하금, 온라인과 오프라인 축하선물 등

이틀에 걸쳐 트렁크 가득 채우고도 남았고

퇴임식 사진은 보는 순간 또다시 울컥 할까봐

아직 열어서 보지도 못했는데

폴더에 500장이 훨씬 넘게 저장되어 있고.

그 중에서 교사로서, 선배로서 가장 감동의 선물은

" 선배님이 걸어간 길을 걷고 싶다"

" 선생님의 학급 경영을 꼭 닮고 싶다"

" 잘못된 일에 당당하게 맞서서 후배들에게 큰 힘이 되었다"

" 열정이 남다른데 많이 아깝고 안타깝다" 등.

그 중에서도 교사로서 최고의 칭찬은

" 내가 걸어온 길을 후배들이 닮고 싶어하는 교사'인데

그 말까지 들었으니

정말 박수 칠 때 떠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가장 감동의 선물까지 받고 내려온 교단

보람 있고 행복한 추억으로 남겨 두고

이제부터는 오롯이 내가 주인공이 되어

' 건강하고 여유로우며 즐겁고 너그럽게'

인생의 두번 째 큰 길을 걸어가련다.

 

딸로서,

엄마로서,

아내로서,

교사로서의 역할은

내 스스로 평가컨테

100점 만점에 95점 이상은 되는 거 같으니

오늘부터는

누구의 누구로서의 비중은 낮추고

나로서의 비중에 중심에 두고

100점 만점에 100점의 삶을 살아봐야지.

인생 1막을 행복하게 마무리 하고

인생 2막을 즐겁게 출발하게 해 준

가족들,

동료 선후배샘들,

친구들 모두모두 고맙고 사랑해.

교단이 그리울 땐

가끔 시간 강사나 기간제로 가르치기도 하며

갑자기 찾아온 금단 현상을 차츰 줄여 나가고

슬기로운 퇴직 생활을 펼쳐 가면서

다음에 퇴직하는 후배들에게

'닮고 싶은 퇴직 생활의 선배'가 되어야지.

그동안 열심히 살아온 나를 토닥이며

앞으로 더 열심히 살아갈 나에게 생긋 웃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