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심원 2

모세혈관까지 스며드는 비

내게 비는, 사람의 관계를 한 뼘쯤 가까이 다가가게 한다. 요 며칠, 내가 그토록 좋아하는 비가 내렸다. 비로 인해 피해를 입은 분들께 미안한 마음을 갖고 가끔, 혼자 가는 나인블럭 서종에서 비를 맞이했다. 비를 보며 추억을 꺼내 그리움을 맛보는 그 은근하면서도 여유로운 맛이 이미 폐부 깊숙히 자리잡고 앉아 비만 오면 마음을 흔들어 대지만 무엇보다도 커피향을 모세혈관까지 느끼기 위해 그곳을 찾았다. 냇물에 그려지는 동심원을 바라보며 갓 내려 향까지 좋은 커피란 커피가 아니라 행복이고 설렘이었다. 거기에 달달한 빵까지 곁들이면 기분은 그야말로 빵맛 보다 더한 꿀맛으로 세포 하나하나가 달달해진다. 읽어내려가던 책 위에 '지금'이라는 글자를 써 본다. 그 글자가 누구에게는 크고 누구에게는 작고 또한 그 글자가..

다시금 뫼비우스의 띠가 되다

옳고 그름의 판단 기준이 모호해진다. 진실과 거짓 사이를 오가는 감정이 애매해진다. 용서와 미움 사이 이해의 간격이 좁아진다. 잔잔하던 마음의 호수에 돌맹이 하나가 던져져 동심원을 그리며 퍼져 나가는 모습을 바라본다. 반지름의 크기만 다를 뿐 중심은 같은 원 중심이 흔들리지 않는 한 퍼져나가는 물결선들은 결국은 하나다. 돌맹이 하나가 아니라 수십 개가 던져져 소용돌이가 친다 해도 결국 중심을 잡는 건 그건 그 누구의 몫이 아닌 자신의 몫일 뿐. 글쎄... 다시금 뫼비우스의 띠가 되어 버렸다. 현재와 과거, 감정과 이성, 용서와 미움, 신뢰와 불신, 타협과 불협 모든 게 명확하게 구분 지을 수 없게 경계선이 뫼비우스의 띠가 되어 도대체 앞 뒤를 찾을 수가 없다. 그저 혼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