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란 2

행복이 늘 즐겁기만 하랴

너는 모를 것이다. 나는 너무 행복하면 눈을 감게 된다. 이 행복이 달아나지 않았으면 하고 바라는 간절함 때문이다. 나는 너무 사랑하면 입을 다문다. 한 번 불러버리면 다시는 그 말과 똑같은 느낌으로는 부를 수가 없기 때문이다. 너는 이렇게 아프게 사랑하는 내 방식을 이해할 수 있을까. - 조진국의《사랑하지만, 사랑하지 않는다》중에서 - 너무 행복하면 눈을 감고, 너무 사랑하면 입을 다무는 그 마음을 나도 이해한다 뜬 눈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그 큰 행복감, 입이 있어도 말로는 형용할 수 없는 그 사랑, 그러니 눈을 감고 입을 다물 수 밖에. 그렇기에 사랑이 클수록 고통을 동반하는 건 당연한 거. 때론 너무 아파 견딜 수 없지만 그건, 행복한 아픔이란 것도 나는 안다. 오늘도 하루분 행복을 곶감 ..

구월이가 시월이에게

못다한 구월이야기를 시월이에게 전하며 시월이에게 씽긋 웃어본다. 구월의 첫날, 한 달에 한 두번 물만 줄뿐 눈길 한 번 제대로 주지 않았는데 꽃대가 올라오더니 꽃을 피워냈다. 꽃은 수수한데 향기는 온 집안에 그 어떤 향수보다 더 향기롭고 기분좋게 퍼져나더니 한 달 내내 피고 지고를 하며 구월은 동양란의 향기로 시작하여 끝을 맺었다. 구월 열이틀~열사흘 올 여름에는 고추를 6번 땄는데 첫물 고추는 울남편이 수확을 하고 2, 3, 5, 6번째는 언니가 수확을 하고 그 중간인 4번째는 내가 수확을 했다. 저렇게 널어놓은 게 세 줄 고추를 따는 것도 더위와 모기와의 전쟁이지만 고추를 씻는 건 허리와의 전쟁이고 훨씬 힘들었다. 서너번 깨끗이 씻어 마당에 하루 말려 물기를 뺀 후 하우스에서 사나흘 말리면 바삭바삭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