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하다 2

숨쉬기도 미안한 4월

숨쉬기도 미안한 4월 함민복 배가 더 기울까 봐 끝까지 솟아 오르는 쪽을 누르고 있으려 옷장에 매달려서도 움직이지 말라는 방송을 믿으며 나 혼자를 버리고 다 같이 살아야 한다는 마음으로 갈등을 물리쳤을, 공포를 견디었을 바보같이 착한 생명들아! 이학년들아! 그대들 앞에 이런 어처구니 없음을 가능케 한 우리 모두는……. 우리들의 시간은, 우리들의 세월은 침묵도, 반성도 부끄러운 죄다 쏟아져 들어 오는 깜깜한 물을 밀어냈을 가녀린 손가락들 나는 괜찮다고 바깥 세상을 안심시켜 주던 가족들 목소리가 여운으로 남은 핸드폰을 다급히 품고 물 속에서 마지막으로 불러 보았을 공기방울 글씨 엄마, 아빠, 사랑해! 아, 이 공기, 숨 쉬기도 미안한 사월

쌍가락지를 나눠 끼며

딱히 여름 휴가 계획이 있는 것도 아니고 해서 부모님이 계신 고향에서 며칠 지내며 코로나와 더위로 집 안에서만 지내시는 부모님 입맛 살리는 맛있는 음식도 해드리고 말동무도 되어 드리려 어제 고향집에 내려왔다. 오전에 도착했어도 더위가 만만치 않아 점심 반찬 재료로 텃밭에 심어놓은 토마토, 참외, 가지, 고추, 호박 몇 개씩 땄는데 온몸이 땀으로 줄줄줄~~ 자식들의 설득으로 올 여름에는 에어컨을 가동해 그나마 집 안은 시원해서 음식할 맛은 났다. 텃밭 채소들과 서울에서 만들어온 반찬들로 푸짐하게 한 상 차려 드리니 부모님께서 맛있게 드시는 모습에 흐뭇 이 더위에 삼 시 세끼 해 먹는 게 힘들긴 해도 고향집에서 만큼은 매끼 정성의 밥상을 차려 부모님 여름에 기력 잃지 않게 해드리고 싶다. 한 해가 다르게 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