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년의 추억 6

어릴 적 추억 다 풀어놓고 깔깔 대자

소소한 일상 소소한 관심 소소한 모든 일들이 바로 내게, 내가 아는 이들에게 아무일도 없다는 거구나 싶다. 내 주변 사람들의 생활이 건강하고 행복하다는 것이구나. 아프거나, 불행이 닥쳤거나, 힘든 일이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에겐 소소한 일상이 그저 부러울 뿐이니까. 한동안 서로 연락도 없이 지내다가 같은 동네에서 유년시절을 같이 보내며 소소한 추억이 많은 친구가 문득 생각나서 안부도 물어볼 겸 전화 통화 후 이 먹먹함과 슬픔을 어찌할 줄 모르겠다. 우리 동네에 같은 학년 친구가 4명이라서 넷이서 함께한 추억이 엄청 많은데 그 중 한 친구는 20대에 일본으로 건너 가 잘 살고 있다는 소식을 풍문으로 들었고, 다른 한 친구는 지방에서 음식점을 하는데 손맛도 좋고 깔끔해서 식당을 확장까지 할 정도로 입소문도 나..

어디까지 왔니?

"어디까지 왔니?" "현택이네까지 왔다" "어디까지 왔니?" "하꼬방까지 왔다" 어렸을 때 동생을 업고 채소 팔러 나간 엄마를 기다리며 신작로 길을 왔다갔다 하노라면 내 등에 얼굴을 대고 막내 동생이 묻고 내가 대답하던 말이다. 엄마가 빨리 왔으면 하는 마음으로 하던 놀이 채소 다 팔고 빈 대야에 한쪽이 썩은 사과라도 사왔으면... 소금에 절인 갈치라도 사왔으면... 엄마에 대한 걱정과 먹거리가 풍족하지 못하던 시절에 엄마가 시장에 채소를 내다 팔아야만 맛볼 수 있었던 온전치 못한 과일 짜디짠 갈치라도 사와 밥솥에 찌는 날이면 생선 비린내만 맡아도 절로 입맛이 돌곤 했는데. 친구와 서너시간 이야기를 나누다 불현듯 추억 저 아래에 있던 유년의 애틋하고 명치가 먹먹한 아름다운 추억이 생각난 건 왜일까?? 아..

온돌의 따뜻함을 카페 고당에서~~

어릴적 겨울날에 뜨뜻한 아랫목 장미가 그려진 빨간 담요에 가족들 모두 다리 쭉 뻗어 넣고 고구마 까 먹으며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던 추억 그 추억은 생각만으로도 가슴에 뜨거운 그 무엇이 몽글몽글 피어오르게 한다 카페 고당이 그러하다 20년 전이나 10년 전이나 엊그제나 한결 같이 고택의 모습을 간직해서 좋고 요즘 유행하는 넓은 베이커리 카페와는 달리 작은 온돌방에 다리 쭉 뻗고 앉아 주변 잡음도 웅웅 울림도 없이 우리끼리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기도 좋고 겨울에는 그만이다 싶은 카페 고당에서 매일을 소음 속에서 살아가는 일상을 잠시 쉬며 소리 없는 조용함을 제대로 느꼈다. 집으로 돌아오며 바라본 석양은 왜그리 예쁘던지 그 예쁨이 그리움과 닮아 유년시절이 떠오르며 가슴에서 다시금 뜨거운 그 무엇이 울컥했다

지금 마시는 커피처럼

다시 또 가을장마가 시작되었나보다. 커피를 마시며 베란다 너머 바라보는 풍경이 도시적이다. 비를 바라보는 장소에 따라 마음으로 파고드는 여운이 이리 다를 수가. 비에 젖어 색까지 진해진 아파트 건물 사이사이 초록빛 싱그러움에 눈길이 멈추며 추억은 이미 유년으로 돌아가 기억을 더듬는다. 더없이 그립고 그리운 그 시절 더없이 순수하고 착했던 동심의 친구들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보고 있노라니 그 순수했던 친구들 모습, 내 모습이 못내 그립고 못내 아쉽다. 엊그제 도곡동 타워팰리스3차에 사는 친구가 코로나로 오랫동안 만나지 못해 보고프다며 좋은 와인 있으니 자기 집에서 뭉치자 해서 어제 고향 친구 넷이 1년여 만에 만나서 어릴 적 이야기에 요즘 이야기까지 더해 서너 시간 이야기 하며 마시다 보니 와인이라지만 넷..

틈새와 틈새 사이 새로운 시간이 자라고

지나간 것은 다 그립다. 유년의 추억이 그렇고 중학 시절 영원히 변치 말자며 새끼 손가락 걸었던 조약돌 다섯 친구들, 단발머리 여고시절 얼굴만 봐도 깔깔댔던 친구들, 대학시절 의식의 흐름대로 정의를 불태우기, 첫직장에서 결성된 처총모임(처녀+총각)이 지금은 유부모임으로 이어지고 있지만 그 시절 기타 메고 텐트, 침낭, 코펠, 버너, 먹거리까지 지고, 들고, 메고 기차 타고 다녔던 여행은 그 어떤 여행보다도 힘들었지만 그만큼 설레이고 재미있는 여행은 없는 거 같다. 지나간 것은 아쉬움 보다는 아름다운 아련한 그리움으로 남겨졌다. 가만히 지난 추억들을 떠올리다 보니 그 추억 속에 함께하는 사람들이 생각난다. 친구, 선후배, 동료, 지인 등... 내게 더없는 인적 자원이자 마음을 꽉 채우는 보물 같은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