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원지 2

오월, 그곳에서 만나자

첫 발령지 학교에서 설렘과 두려움, 기대감을 함께 녹여냈던 친구이자 동료샘들 자녀들이 그때의 우리 나이보다 몇 살은 더해져 새로운 출발을 한 두명씩 하는 걸 보니 아무리 우겨봐도 이젠 어쩔 수가 없나보다ㅠ 엊그제 주말, 친구 딸 결혼식장을 다녀오다 목에 뭔가가 걸린 듯한 먹먹함에 집으로 오는 길에 백운호수에 들러 차 안에서 한참을 앉아 호수만 바라보았다. 무엇이 걸려 먹먹했을까? 어느새 우리를 여기까지 데려다논 속절없는 세월이 야속해서 먹먹했을까. 속도의 완급 조절을 제대로 못해서 한 두번 방향을 잃었던 안타까움으로 먹먹했을까. 우리는 지금 사진 속 모습으로 이만큼 왔는데 마음은 첫 발령지의 첫 만남의 모습으로 저만큼에서 서성대는게 먹먹했던 것일까. 순리대로 사는 게 삶이라는 것도 알고 지금이 참 편안하..

가끔, 마음을 꺼내어 씻고 싶을 때가 있다.

가끔, 마음을 꺼내어 씻고 싶을 때가 있다. 며칠 전부터 내 마음이 그러하다. 그냥 누구라도 붙잡고 삼겹살에 소 주 한 잔 나누며 하염없이 마음을 쏟아내고 싶다. 이 끝갈데 없는 공허함의 진원지가 어딘지를 딱 집어서 말할 수 없지만 뭔가 모르게 명치가 알싸하며 불안하다. 나는, 가족과도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공감하며 소통한다. 친구들과도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공감하며 소통한다. 지인들과도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공감하며 소통한다. 부모 형제와도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공감하며 소통한다. 책을 읽으며 내 마음과도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공감하며 소통한다. 그런데도 이 알싸하고 쓸쓸한 느낌은 뭘까? 내안에 있는 것들을 다 꺼내어 씻어내고 싶다. 찌꺼기가 앉은 마음을들 깨끗이 씻어서 볕 좋은 햇볕에 널어 보송하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