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향 2

꼭 한 사람 있었음 좋겠다

문득, 커피 한 잔을 마시며 닫혀 있던 가슴을 열고 감춰온 말을 하고 싶은 사람이 꼭 한 사람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외로웠던 기억을 말하면 '내가 곁에 있을게' 하는 사람 힘들었던 시절을 말하면 '내가 힘이 되어 줄게' 하는 사람 부푼 희망을 말하면 '나도 함께 꿈꿀게' 하는 사람 희노애락 어느 하나 빠짐없이 겪으며 열심히 살아가는 인생이지만 때론 차 한 잔의 여유속에 희노애락을 나누어 마시며 마음을 알아주는 단 한 사람 굳이, 인연의 줄을 당겨 묶지 않아도 관계의 틀을 짜 넣지 않아도 찻잔이 식어갈 무렵 따스한 인생을 말해 줄 수 있는 사람 오늘은 문득, 커피향이 나는 그런 사람과 쉼을 나누고 싶어진다.

모세혈관까지 스며드는 비

내게 비는, 사람의 관계를 한 뼘쯤 가까이 다가가게 한다. 요 며칠, 내가 그토록 좋아하는 비가 내렸다. 비로 인해 피해를 입은 분들께 미안한 마음을 갖고 가끔, 혼자 가는 나인블럭 서종에서 비를 맞이했다. 비를 보며 추억을 꺼내 그리움을 맛보는 그 은근하면서도 여유로운 맛이 이미 폐부 깊숙히 자리잡고 앉아 비만 오면 마음을 흔들어 대지만 무엇보다도 커피향을 모세혈관까지 느끼기 위해 그곳을 찾았다. 냇물에 그려지는 동심원을 바라보며 갓 내려 향까지 좋은 커피란 커피가 아니라 행복이고 설렘이었다. 거기에 달달한 빵까지 곁들이면 기분은 그야말로 빵맛 보다 더한 꿀맛으로 세포 하나하나가 달달해진다. 읽어내려가던 책 위에 '지금'이라는 글자를 써 본다. 그 글자가 누구에게는 크고 누구에게는 작고 또한 그 글자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