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솜이 살아가는 이야기

유난히 아름다운 유년의 추억

소솜* 2020. 6. 23. 11:58

 

감자, 마늘 캐 놓으시고

빨리 가져다 맛있게 먹길 바라시는 부모님

땡볕에서 연로하신 두 분이 땀 흘리며 캐셨을 것 생각하니

그저 죄송하고, 미안하고, 속상하고, 고맙고, 감사하고...

부모님 마음을 알기에 지난 일욜 고향에 다녀왔다.

고향 다녀온 먹먹함으로 아직도 가슴이 알싸하다.

텃밭이라고 하기에는 농사량이 많아서

두 분이 짓기에는 힘에 부치실텐데도

자식들 주려고 땅을 놀리지 않는 부모님.

그 마음을 어찌 다 갚을까 싶지만,

부지런히 가져다 먹는 것만으로도

부모님께서 좋아하시기에 트렁크 가득 싣고 왔다.

고향 내려 갈 때마다 그저 용돈 드리고,

부모님 모시고 맛있는 밥 한끼 대접하는 것으로

고마움의 일부를 덜어내는 딸이지만,

두 분 지금처럼 자식들 효도 받으며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시길 늘 기도한다.

 

지난 일욜,

부모님과 점심 먹으러 나가는 길이

몇 해 전 당진시로 승격되어

시청이 들어선 자리를 지나게 되었다.

내가 초등학교, 중학교 다닐 때 살던 곳인데

지금은 시청과 문화예술회관, 대단지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는 아쉬움이 느껴졌다.

"저기 시청과 그 근처가 현주네 땅이었는디

보상금이 100억도 넘게 나와서 4남매가 나눠 가졌댜

현주 엄마가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애들 젖물리면서도 그 사이도 아까워  

젖 물린 채로 질질 끌며 악착 같이 밭 매고 일해서

밭도 사고, 산도 사서 살만 하니께

좋은 세상 보지도 못하고 갔서야

평생 일만 하다가 갔으니 불쌍혀

그 덕에 자식들은 떵떵 거리며 잘 산댜"

하시며 눈시울을 붉히시던 엄마.

비단, 현주 엄마만 그러셨으랴

그 시대 부모님들은 대다수가 그러셨을테고

우리 부모님도 그못지 않게 고생하셨기에

우리 4남매가 지금 잘 살고 있으므로

늘 감사하고 또 감사한 마음을 어찌 다 전할까.

유난히 가난했지만

유난히 정이 많았고

유난히 아름다웠던

유년의 추억이 떠올라

친구들, 이웃 사람들이 모두 그리운 오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