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솜이 살아가는 이야기

쉼10 - 마음종양이 자라지 않게 할 것이다

소솜* 2020. 8. 10. 21:11

 

쉼10

얇은 인견 이불 위에 엎드려

라디오를 들으며 책을 읽다 보면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빠져들게 든다.

한참을 읽다보면 허리가 아파 자세를 바꾸고

등을 침대 프레임에 기대고 커피 한 잔 마시고...

그렇게 오전 내내 달콤한 쉼을 가졌다.

세상의 모든 것들이 정지된 것 같은 상태

내 머릿속의 모든 생각들이 정지된 것 같은 상태

마치 공기마저 정지된 것 같은 진공상태랄까.

그 달콤하고 편안한 쉼을 느껴본 사람들은

중독처럼 빠져들 것이다 나도 그렇고.

 

중독에서 빠져나와 늦은 점심을 먹고

비와 태풍으로 피해를 입은 사람들의 뉴스를 보며

마음이 많이 아프기도 하고 괜스레 미안하기도 했다.

유난히 비오는 날을 좋아하고,

유난히 빗소리에 감정을 흠뻑 적시곤 했는데

오늘도 빗소리에 마음을 빼앗길까봐 

마음 단속을 단단히 하고

따뜻한 커피 한 잔 다시 내려

빗줄기가 굵어지는 창 밖을 내다보며

한참을 끝갈데 없는 생각에 빠져빠져~~

그럴 거 같다.

사람의 마음에도 마음종양이 자라나

크게 자라고 굳어지면 말기암처럼

수술도, 치료도 어려워지는 경우가 있겠지.

초기에 발견되면 암도 착한 종양이라는데

마음에 생긴 종양도 그러할 거 같다.

조금씩은 아프고, 조금씩은 상처 받으며

마음이 더 단단해지고 면역력을 키워놓으면

그 후로 더한 마음 다침에도 거뜬히 이겨낼 수 있고

오래가지 않아 건강한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는데

상대방의 거짓과, 속임, 위선을 진실로 알고

오랜시간 진심으로 믿은 종양은

그 뿌리가 깊고 단단한 마음암 덩어리가 되도록

전조증상을 못느껴 치료시기를 놓치기 일쑤겠지.

몸에 건강 이상 증상으로 발견되는 암과는 달리

마음에 자라는 종양은 자신은 잘 모를 것이다.

몸은 내가 망가뜨렸지만

마음은 상대가 망가뜨리기에...

비를 보며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다짐했다.

다른 사람의 마음에 꽃이 피게 하지는 못할지언정

다른 사람의 마음에 나로 인하여

종양이 자라게 하지는 않겠다고.

오전에는 내 마음을 쉬게 하고

오후에는 다른 사람의 마음을 쉬게 하기 위해

내 마음을 바투잡는 쉼을 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