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솜이 살아가는 이야기

이 아이러니한 부모님 마음을 어찌할꼬~~

소솜* 2020. 12. 6. 11:19

귀욤 뿜뿜 울 엄마~~

제주도 사돈네 농장에서

귤과 천혜향을 세 상자 보내왔다고

썩기 전에 갖다 먹으라고

어제 큰딸, 작은딸에게 전화를 하셨다.

언니가 코로나 확진자가 많아서

부모님께 혹시라도 피해를 줄까봐

선뜻 내려가기가 걱정이 된다며

좀 진정세가 유지되면 내려간다 했더니

그럼 택배로라도 부치신다고 하더랜다.

택배를 부치시려면 이 추위에

아버지가 조심조심 오토바이에 싣고 가셔서

우체국에서 부치셔야 하기에

올해 귤값이 싸서 택배비와 수고비 더하면

한 상자 사먹을 수 있다고 했더니만

귀여우신 울엄마

"경로당도 문 걸어 잠궈 나눠 먹으려면

유모차에 귤상자 싣고 집집마다 댕겨야허는디

허리 아프고 다리 아파서 못혀것어 

그렇다고 사돈이 힘들게 귤농사 지어 보내왔는데

썩혀 버리면 벌 받을 거 같은디

택배로라도 부쳐야지 워쩐댜" 하셨단다.

결국 언니가 내일 내려간다 하니까

"너도 귀찮을틴디 귤이 아까워서~"라며

말끝을 흐리셨다는 울엄마.

요즘 코로나로 경로당도 못가시고

집에서 아버지와 두 분이 꼼짝 못하시니

더더욱 자식 생각이 나셨던 거 같다.

지난 주에 코로나로 4남매가

아무도 내려가지 못했더니

때마침 도착한 귤이 효자노릇하네 ㅎㅎ

아들 둘은 원래 자주 내려가지 않지만

언니는 일주일에 한 번,

나는 한 달에 두 번 정도 내려가서

반찬도 만들어가 냉장고 꽉꽉 채워드리고

맛있는 맛집 찾아 식사도 대접해 드리고

역시 부모에게는 딸이 있어야 된다니까.

딸 없는 부모님들은 어찌할꼬~~

그런데 참으로 아이러니 한 건

소소한 것 뿐만 아니라

웬만한 큰 일들도 딸들이 다 챙기며

거기다 비용까지 다 부담하는데

정작 집과 논은 아들 둘에게 줄거라고

딸들과 사위들 앞에서 선언하신 건 뭔고?

딸들은 단 한 번도 탐낸 적 없는데도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쐐기를 꽝꽝 박으시는

전형적인 아들 선호가 몸에 배어 있는 울엄마

그 모습이 왜그리 귀여우신지 ㅎㅎ

효도는 주로 딸들에게 받으시고

재산은 아들들에게 주시겠다는

이 아이러니한 부모님 마음을 어찌할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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