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내린 후
베란다 유리창을 통해서만
날씨는 어떤지,
눈은 녹고 있는지
현관 밖의 세상을 확인하며 산다.
문 밖은 무섭다는 말은 있지만
문 안은 더 무섭다는 생각도
간간히 드는 것은 뭘까 ㅎㅎ
요즘은 나 자신을 사육하는 거 같다.
내가 스스로 사육도 하지만
가족들에 의해 사육 당하는 부분이 더 많다.
집콕을 하다보니
왜그리 먹고 싶은 것들도 많은지
이러다 한식, 양식 자격증 따는 건 일도 아니겠어ㅎㅎ
시간이 많다보니 생각이 많아지고
생각이 많다보니 추억들이 소환되고
살아온 추억들을 소환해 놓고 보니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사람들이 이리 많을 줄이야~~
예쁜 카페 투어가 취미 중 하나인 엄마가
취미 생활을 못해 안타깝다며
꽃도 좋아하니 꽃 보며 기분전환하라고
엊그제 퇴근길에 꽃을 선물해준
내 삶의 비타민이 되어 주는 마음 예쁜 울 딸,
지난 한 해 코로나로 고생했으니
방학이라도 푹 쉬라며
밥이며 청소까지 집안일을 도맡아 해주는 남편,
거리두기 2,5단계로 고향에 내려가지 못했더니
시레기, 동치미, 파김치, 팥죽, 파, 배추, 무 등
갖가지 먹거리를 올려 보내주신 부모님,
동생의 돌발성난청이 재발될까봐 노심초사하며
전화해서 마음 편하게 해주는 언니,
미국에 있는 친구들 비롯해
새해 안부를 물으며 서로를 챙기는 친구들,
30년 동안 희노애락을 같이 해주는 찐 친구,
커피 한 잔 생각난다는 말에
두 말 없이 같이 마셔주는 지인들'
그리고......
그들이 있어 내 삶이 행복하고
더 뜨겁고 즐겁게 살아보고 싶게 한다.
물론 옥에 티도 있듯이
날 슬프게 하는 사람도 있긴 하다.
사람 진심을 필요한 부분만 곶감 빼 먹듯
야금야금 알게 모르게 빼 먹고
시침 뚝 떼고
슬쩍 흘리는 웃음 뒤의 이면을
이제는 알아버리고 말았다.
이런 사람...참 나를 슬프게 한다.
그치만,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고,
훨씬 더 많은 부분을 차지하기에
나는 올해도 분명 즐겁고 행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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