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솜이 살아가는 이야기

사람냄새가 나는 사람 이야기

소솜* 2022. 6. 18. 10:21

하나- 우리들의 블루스

"나중에 눈 말고 꽃 피면 오자

엄마랑 나랑 둘이

내가 데고 올게. 꼭!" - 동석의 대사 중

 

'사랑한다는 말도 미안하다는 말도 없이

내어머니 강옥동씨가

내가 좋아했던 된장찌개 한사발을 끓여놓고

처음 왔던 그곳으로 돌아가셨다.

죽은 어머니를 안고 울며 난 그제서야 알았다.

난 평생 어머니 이 사람을 미워했던 게 아니라

이렇게 안고 화해하고 싶었다는 걸.

난 내 어머니를 이렇게 오래 안고

지금처럼 실컷 울고 싶었다는 걸.' - 이병헌 독백 중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분명한 사명 하나.
우리는 이 땅에 괴롭기 위해

불행하기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니라,

오직 행복하기 위해 태어 났다는 것.
모두 행복하세요! - 엔딩크레딧

 

둘-디어 마이 프렌즈

누군가 그랬다.

우리는 살면서 세상에 잘한일보단

잘못한일이 훨씬 더 많다고.

그러니 우리의 삶은 언제나

남는 장사이며 넘치는 축복이라고.

그러니 지나고 후회말고

살아있는 이 순간을 감사하라고.

정말 삶은 축복이고 감사일까

 

인생이란 게 참 잔인하단 생각이 들었다.

젊은날은 그렇게 모든걸 하나라도 더 가지라고

놓치지말라고 악착같이 살라고

내 어머니의 등을 떠밀더니,

이제 늙어선 자신이 부여잡은 모든걸

그게 목숨보다 귀한 자식이라고 해도

결국엔 다 놓고가라고.

미련도 기대도 다 놓고 훌훌 가라고

등을 떠밀고 있으니..

인생은 그들에게 얼마나 잔인한가.

게다가 인생은 언제 끝날지

그 끝도 알려주지 않지 않는가.

올때도 갈때도 정확히 알려주지 않는

인생에게 어른들을 대신해 묻고 싶었다.

인생아 너 대체 우리보고 어쩌라고 그러느냐고.

- 완이의 나레이션 중에서

셋- 그 겨울 바람이 분다

네가 뭔데 그사람을 용서해?

사람이 사람한테 해줄수 있는건

용서가 아니라 위로야

 

누가 그러더라

세상에서 제일 폭력적인 말이

남자답다, 여자답다, 엄마답다,

의사답다, 학생답다

뭐 이런 말이라고

그냥 다 처음 살아보는 인생이라 서툰건데

그래서 안쓰러운건데

그래서 실수 해도 되는건데

 

넷- 괜찮아 사랑이야

사막에서는 밤에 낙타를 나무에 묶어둬

그리고는 아침에 끈을 풀어놓지 그래도 낙타는 도망가지 않아

묶여 있던 지난밤을 기억하거든

우리가 지나간 상처를 기억하듯

과거의 상처가 현재 우리의 발목을 잡는다는 얘기지

 

성실하고 착한 사람은 자식한테 상처 안 줘?

천사 같은 우리 엄마도 가끔 나한테 상처 주는데?

 

다섯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인희: 나 보고 싶을 거는 같아?
정철: 응...
인희: 언제? 어느 때?
정철: 다...
인희: 다 언제?
정철: 아침에 출근하려고 넥타이 맬 때
인희: 또?
정철: 맛없는 된장국 먹을 때
인희: 또?
정철: 맛있는 된장국 먹을 때
인희: 또?
정철: 술 먹을 때, 술 깰 때, 잠자리 볼 때, 잘 때, 깰 때, 잔소리 듣고 싶을 때,
어머니 망노 부릴 때, 연수 시집갈 때, 정수 대학 갈 때, 그놈 졸업할 때,
설날 지짐이 할 때, 외로울 때, 아플 때...
인의: 당신 빨리 와 나 심심하지 않게...
나 예쁘면 뽀뽀나 한번 해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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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시청을 별로 즐겨하지 않지만

일 년에 한, 두 편 정도는 시청하는데

'노희경'작가의 작품은 사람냄새가 나서

다른 작가의 작품보다 많이 시청하는 거 같다.

기억에 남은 다섯 작품으로는

'우리들의 블루스, 디어 마이 프렌드, 그 겨울 바람이 분다.

괜찮아 사랑이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까지.

언제 읽어도 가슴이 먹먹한 명대사들은

내 마음이 혼탁해질 때 읽으면 맑게 걸러지는 듯하다.

올해도 역시 사람냄새 폴폴 나는 

 '우리들의 블루스'를 되도록이면 본방 사수하며

행복하게 시청했기에 여운도 지금까지 남는다.

원래 눈물이 많아 잘 울기도 하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눈물의 양이 많아져

마지막회에는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울고

엔딩컷  끝나고도 한 시간 정도 더

꺼이꺼이 울고 또 울었다.

내가 동석이인지, 동석이가 나인지 모를 정도로

동석이 대사와 연기에 감정이입이 제대로~~

나도 사람냄새가 나는 사람이고프다.

나는 사람냄새가 나는 사람들과 함께 하고프다.

사람냄새가 인위적이거나 인공적이지 않은

그런 사람들과의 제대로 된 사람냄새를

서로에게 스며들게 하며 그렇게 살고프다.

역시 '노희경'이 노희경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