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안계신 고향집에 가면
시간이 멈춘 거 같아 마음을 어찌할 바 모르겠는데
엄마의 꽃밭에는 어김없이 봄이 찾아오고
꽃 좋아하는 엄마가 심어놓은 꽃과 나무들이
서로 앞다투어 꽃봉우리를 터트리고 있었다.
그 꽃들을 찬찬히 들여다보다보니
피어난 꽃의 갯수 만큼이나 눈물방울이 하염없이 흘렀다.
꽃들이 피면
밭에서 일하시다가도
밀차 밀고 근처 산책을 하시다가도
꽃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미소짓곤 하셨다.
걷는 게 불편해서 마당가를 못나가셨을 때도
거실에 앉아 보이는 꽃들이라도 보시려 고개를 쭉 빼시며
"꽃 참 이쁘다 내년에도 저리 이쁜 꽃들을 볼 수 있으려나 물러" 하시던 엄마의 공허한 눈빛이 오버랩 되며 엄마 그리움에 수선화 앞에 털썩 주저앉아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을 훔치다가 엉엉 울다가 그렇게 엄마의 꽃밭은 이제는 '예쁘다'에 '그립다'가 얹어져 '예쁜 먹먹함의 꽃밭'이 되었다.
엄마의 꽃밭 꽃들 중에서 엄마가 젤 좋아했던 수선화꽃을 엄마에게 보여주며 언니도 나도 엄마와 같이 볼 수 없음에 어쩌지 못하는 마음을 엄마에게 전하며 실컷 울고 실컷 그리워했다.
엄마의 꽃밭의 꽃들은 가을까지 피고지고를 계속 할텐데 언제쯤이면 먹먹함의 예쁜 꽃들이 아닐런지.
딸에게 ' 할머니는 저리 이쁘게 꽃들을 피게 심어 놓으시고는 정작 할머니는 볼 수 없어서 너무 마음 아파'라며 사진 첨부해 카톡 보냈더니 '할머니가 꽂을 참 좋아하시긴 하셨어 그냥 자식들 보라고 이쁘게 심어놓았다고 생각해'라고 답톡을 보내왔는데 별 거 아닌 그말이 왜그리 위로가 되든지.
"엄마~~엄마의 꽃밭에는 봄이 왔고 꽃들이 예쁘게 피고 있어. 그 꽃들을 보며 엄마와의 추억을 떠올리다보니 엄마가 너무 그립고 보고 싶어. 그곳도 꽃 많지? 예쁘고 향기로운 꽃 보며 많이많이 행복하게 지내. 엄마의 꽃밭 우리가 잘 가꿀게. 엄마 딸이어서 자랑스럽고 고마워. 엄마 너무너무 사랑해 "
엄마의 꽃밭에는 그리움도 피어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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