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솜이 살아가는 이야기

후천성 그리움 증후군이 도진다

소솜* 2023. 7. 12. 07:13

비오는 날에는 뭘해도 여유로워서 좋다.
부침개를 해 먹어도
커피를 마셔도
서점으로 외출을 해도
음악을 들으며 책을 읽어도
먼 곳에 시선을 두고 한참을 창가에 서 있어도...
뭐든지 여유롭고 한가하다
그래서 나는 비를 좋아하나보다.
 
비오는 날에는 뭘해도 이해가 될 거 같다.
사랑한다 아꼈던 말을 해도
보고싶다 카톡 한 통 보내도
평소에 갖고 싶었던 것을 들릴듯 말들 전해도
커피 한 잔 같이 마시고 싶다 투정을 부려도
내가 있어 네가 살고픈 날들이 아닐까 물어도
다 이해를 해줄 것 같아
그래서 비가 오는 게 좋다.
 
나 지금 아주 많이 병이 깊어져 있다.
그 어느 약국에도 병원에도
약을 구할 수 없는 병
병명은 '후천성 그리움 증후군'
치료해줄 사람은 그리움의 대상일 뿐
달리 치료약이 없는데
비오는 날은 그 병이 도진다 ㅠㅠ
 
그런 거 같다.
비 오는 날에는,
평소에는 이성으로 무장되어 있던 감정들이
스르르 빗장을 풀고 스멀스멀 기어나와
내 곁에 나란히 앉아 감정을 춤을 추게 한다는 거
그래서 비오는 날에는
마음이 여유롭고,
마음에 빗장이 풀려도
아무도 뭐라하지 않고 이해 해줄것 같아
그래서 나는 비오는 날을 참 좋아한다.
그 누구도 비 피해가 없는 곱게 내리는 비를  참 좋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