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다한 구월이야기를 시월이에게 전하며 시월이에게 씽긋 웃어본다. 구월의 첫날, 한 달에 한 두번 물만 줄뿐 눈길 한 번 제대로 주지 않았는데 꽃대가 올라오더니 꽃을 피워냈다. 꽃은 수수한데 향기는 온 집안에 그 어떤 향수보다 더 향기롭고 기분좋게 퍼져나더니 한 달 내내 피고 지고를 하며 구월은 동양란의 향기로 시작하여 끝을 맺었다. 구월 열이틀~열사흘 올 여름에는 고추를 6번 땄는데 첫물 고추는 울남편이 수확을 하고 2, 3, 5, 6번째는 언니가 수확을 하고 그 중간인 4번째는 내가 수확을 했다. 저렇게 널어놓은 게 세 줄 고추를 따는 것도 더위와 모기와의 전쟁이지만 고추를 씻는 건 허리와의 전쟁이고 훨씬 힘들었다. 서너번 깨끗이 씻어 마당에 하루 말려 물기를 뺀 후 하우스에서 사나흘 말리면 바삭바삭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