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인블럭 서종점 9

모세혈관까지 스며드는 비

내게 비는, 사람의 관계를 한 뼘쯤 가까이 다가가게 한다. 요 며칠, 내가 그토록 좋아하는 비가 내렸다. 비로 인해 피해를 입은 분들께 미안한 마음을 갖고 가끔, 혼자 가는 나인블럭 서종에서 비를 맞이했다. 비를 보며 추억을 꺼내 그리움을 맛보는 그 은근하면서도 여유로운 맛이 이미 폐부 깊숙히 자리잡고 앉아 비만 오면 마음을 흔들어 대지만 무엇보다도 커피향을 모세혈관까지 느끼기 위해 그곳을 찾았다. 냇물에 그려지는 동심원을 바라보며 갓 내려 향까지 좋은 커피란 커피가 아니라 행복이고 설렘이었다. 거기에 달달한 빵까지 곁들이면 기분은 그야말로 빵맛 보다 더한 꿀맛으로 세포 하나하나가 달달해진다. 읽어내려가던 책 위에 '지금'이라는 글자를 써 본다. 그 글자가 누구에게는 크고 누구에게는 작고 또한 그 글자가..

비틀림이 없는 무공해 대화

한 달에 한 번 정기모임을 갖고 있는 '명모(명퇴모임)' 한 직장에서 30년 이상을 근무했고 우리도 그 중 5년을 함께 했기에 애피소드가 무궁무진하게 쏟아져 나왔고 직업의 특성상 5년마다 새 부임지로 발령 받다보니 서로의 부임지 마다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모아지면 공통적으로 아는 사람이 등장해서 꼬리에 꼬리를 물며 쏟아내는 묵은 이야기에 "그 선생님이 그랬었어요? 우리 학교에 있을 때는 전혀 달랐는데" "그런 일이 있었어요? 지금 처음 알았네~~"를 비롯하여 건강에 대한 이야기가 많아지고 연금이나 이자 소득을 어떻게 관리해야 절세 효과가 있다는 꿀팁 정보도 먼저 명퇴한 샘께 얻고 코로나로 해외 여행은 어렵지만 국내 아름답고 좋은 여행지 추천도 받고 자기 발전을 위한 강좌나 방법도 알게 되고 그야말로 몇 시..

캬~~설렘주의보 발령!

이렇듯 한 폭의 그림 같은 배경일 줄 몰랐다. 직원분이 친절하게 사진을 찍어주겠다 제안 어떻게 찍어 드릴까요?라며 묻길래 "최대한 동안으로 최대한 8등신으로"라고 주문했더니 "어렵네요"하시면 성의껏 찍더니만 역시 젊은 감각은 뭔가 달라도 달라~~ 널직한 테이블도 맘에 들고 창 밖의 여유로운 농촌 마을도 맘에 들고 무엇보다고 방역 수칙을 철저히 지키는 모범 중에 모범 카페라서 더더욱 맘에 들고. 캬~~ 이또한 작품이다! 혼자 찍는 거 혼자 찍히는 거 무지하게 싫어하는데 셀카로 한 번 찍어 보았는데 나름 괜찮네~~ㅎㅎ 보는 사람들 마다 퍼머 했느냐고 묻는데 원래 곱슬머리 인지라 말리기만 하면 컬이 퍼머한 듯 살아나는데 그동안 아침마다 쫙쫙 피느라 출근시간 5분은 잡아 먹었는데 이제 출근 안하니 펴지 않아도 ..

그날의 포효를 기억이나 할까

말은 그 사람의 마음을 담는다고 하지만 내 말에 내 마음이 담긴 것을 나도 잘 모를 때가 많은데 다른 사람의 마음이 얼마나 담아졌는지 서로가 어찌 다 알 수 있으랴. 상대의 마음까지 들여다보려 하지 않고 그냥 편안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딱 그만큼의 거리를 둔 관계도 때론 참 필요하고 좋은 거 같다. 지난 시간을 들쑤셔 내서 빈정대고 서운해 하고 어이없어 하고 화가 나서 발끈하고 이해가 되지 않아 고개를 갸웃해도 그또한 돌아가고픈 아쉬움이 아닐까 싶다. 주룩주룩 내리는 비에 마을의 작은 냇물도 포효하 듯 물거품을 일으키며 둑을 무너뜨릴 기세로 흘러갔지만 아마 오늘은 잔잔함과 평온함으로 그날의 포효를 기억이나 할까 싶다. 삶이 그러하듯이 냇물 또한 그러하리라.

봄 내려온다

길어지는 코로나에 지칠대로 지쳤지만 예방접종도 시작되고 했으니 조금만 더 조심하고 힘냅시다 하트 쑝쑝~~ 차를 마실 때는 말 없이 대화는 마스크 착용 필수 이 정도면 방역수칙 철저히 잘 지키죠잉~~ 우리는 다소곳한 여인네들 맞지라 ㅎㅎ 둘이 너무 좋아하는 거 아녀~~ 사랑하는 마음은 숨길 수 없다지만 그래도 거리두리 지켜야징 ㅎㅎ 파란 하늘~~ 파란 강물~~ 파란 마음~~ 사랑해요 이만큼~~ 한 번 해보자는 거여 뭐여? 이 나이에 잘못하면 뼈 부러지는디 붙을까? 말까? 고민되네~~ 하루 한 두잔의 커피는 보약이다 보약이여~~ 날 좀 봐~~ 나 좀 봐주라구~~ 나를 안보고 어딜 보는 겨~~ 나 삐친다!! 이렇게? 아님 다시 해? 똑같은 포즈 하지 말라는데 그럼 어찌 하라는 겨? 답을 알려줘봐!! 뒷배경이 ..

그것이 뭉쳐 추억이 되지 않을까

봄 날씨처럼 포근함에 마음까지 포근해 지던 날, 내가 가장 좋아하는 카페를 찾았다. 혼자서 책 읽기에도 그만이고 친구들과 이야기 나누기에도 그만이고 코로나 시대에 거두리기 실천에는 더욱 그만인 나인블럭 서종점은 최애 카페이다. 아직은 계절이 계절인지라 주변이 쓸쓸하고 황량하지만 한 달 후 쯤부터는 자작나무에 연둣빛 물도 오르고 새싹들이 땅 위로 얼굴을 내밀면 그야말로 힐링의 장소 그 자체이다. 또한, 마을에 위치해 있어서 한적하고 손님이 많지 않아 조용하고 좌석이 띄엄띄엄 배치해 있어 어떤 이야기를 나누어도 사생활 보호가 되고 창 밖으로 보이는 마을의 고즈녁함과 잔잔히 흘러나오는 클래식의 조화는 마음까지 노크해 바닥에서 잠자고 있는 이야기들까지 꺼내서 풀어놓게 한다. 때론 왜곡된 기억으로 저장된 추억들도..

쉼19 - 소리의 맛을 느끼는 기분좋은 쉼

쉼19 고즈넉한 산사에서 듣는 풍경 소리 왁자지껄한 운동장 벤치에 앉아 듣는 아이들 소리 차 안에서 듣는 빗소리 대청마루에 누워서 듣는 바람 소리 아궁이에서 앞에 앉아 듣는 타닥타닥 장작 타는 소리 돗자리 위에 누워 파란 하늘 보며 듣는 새소리 그리도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는 소리 어떤 소리를 같이 들어도 본연의 소리맛이 그대로 살아있게 하는 사람들이 있다. 어제의 쉼도 그러했다. 소리의 맛, 말의 맛을 함께 고스란히 맛볼 수 있었던 시간 그 시간의 쉼 속에 내가 행복하게 살아가는 하루가 들어 있었다. 거리두기가 저절로 되는 나의 아지트가 되버린 '나인블럭 서종'에서 소리의 맛을 느끼는 기분좋은 쉼.

쉼11-오랜만의 햇살처럼, 마음도 보송보송 행복햇살이 피어나다

쉼11 언제 먹어도 배신을 하지 않는 변함없는 맛 녹찻물에 밥 말아 고소란 보리굴비 얹어 배부르고 행복한 점심을 먹고 조용해서 이야기 나누기도 좋고 주변 경치가 편안하게 해주는 '나인블럭 서종점'에 도착하니 우리를 반겨주는 것은 탐스러운 수국? 꽃을 보자 절로 기분이 업된 여인네들 포즈 좋고~~ 인물 좋고~~ 우리 이대로 사랑하게 해주세요 이 사랑 영원토록 ㅋㅋㅋ 나 찾아봐라~~ 숨기에는 몸이 허락을 안하네그려 ㅎㅎ 몸을 허락하지 않으니 꽃송이로 배라도 가려볼까나~~~~~~~~ 음료 주문해놓고 기다리며 찰칵~~ 꽃병에 꽂혀 있는 들꽃처럼 그윽한 여인이여~!! 갤러리답게 사람도 작품이 되누만 아~~한 폭의 그림이어라!! 사진찍기 놀이에 빠져 있는 사이 주문한 음료와 빵은 진동벨로 부르르~~ 30분 전에 보..

'나인블럭 서종점'에서 비오는 날 수채화의 추억을 만들다

나는 비오는 날을 참 좋아한다. 나는 비오는 날 빗소리를 참 좋아한다. 나는 비오는 날 짙은 커피향을 참 좋아한다. 나는 비오는 날 풍경 좋은 곳을 참 좋아한다. 나는 비오는 날 맑은 추억 만들기를 참 좋아한다. 나는 비오는 날 사람과 사람 사이 빗방울 만큼 마음 방울이 내리는 걸 참 좋아한다. 그랬다. 비오는 날 빗소리를 들으며 커피향이 퍼지는 풍경 좋은 카페에서 마음 방울을 빗방울 만큼 나누며 비보다 맑은 수채화 같은 추억을 만들었다. 그렇게 소솜의 소소한 행복이야기가 하나 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