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비는, 사람의 관계를 한 뼘쯤 가까이 다가가게 한다. 요 며칠, 내가 그토록 좋아하는 비가 내렸다. 비로 인해 피해를 입은 분들께 미안한 마음을 갖고 가끔, 혼자 가는 나인블럭 서종에서 비를 맞이했다. 비를 보며 추억을 꺼내 그리움을 맛보는 그 은근하면서도 여유로운 맛이 이미 폐부 깊숙히 자리잡고 앉아 비만 오면 마음을 흔들어 대지만 무엇보다도 커피향을 모세혈관까지 느끼기 위해 그곳을 찾았다. 냇물에 그려지는 동심원을 바라보며 갓 내려 향까지 좋은 커피란 커피가 아니라 행복이고 설렘이었다. 거기에 달달한 빵까지 곁들이면 기분은 그야말로 빵맛 보다 더한 꿀맛으로 세포 하나하나가 달달해진다. 읽어내려가던 책 위에 '지금'이라는 글자를 써 본다. 그 글자가 누구에게는 크고 누구에게는 작고 또한 그 글자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