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운호수 3

빗속을 뚫고 그녀 & 그를 만나다

출발할 때는 심통난 시어머니 얼굴처럼 비가 금방이라도 쏟아질 듯 회색빛 하늘이었는데 출발 후 10분쯤 지나 하늘이 구멍이 뚫린 듯 비가 억수 같이 퍼부어 와이퍼를 미친듯 움직여도 앞이 잘 안보여 비상등 켜고 천천히 가는데 설상가상으로 천둥까지 쳐서 어찌나 무섭고 놀랐던지 두근두근 조심조심 가까스로 '헤이데어'에 도착하니 언제 그랬냐는 듯이 비는 뚝 그 비를 뚫고 만나러 가는 사람이 하루라도 안보고는 못살 정도의 애인이어야 하건만ㅋㅋ 누가 보면 사귀는 줄 알겠어 ㅋㅋ유리창에 수놓은 빗방울을 바라보며 숲뷰에서 고소한 빵과 향기로운 커피를 마시며 오랜만에 보는 친구와 쌓아둔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장대비를 뚫고 천둥 소리가 심장 벌렁였어도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색다른 추억으로 자리잡아 비오는 날..

수다 중에 가장 맛깔나는 수다

2017년 늦여름날에 2019년 여름날에 2022년 여름날에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나태주 꽃 대충 보아도 예쁘다 잠깐 보아도 사랑스럽다 넌 그렇다 그게 바로 내 딸이다ㅎ 어제는 딸과 둘만의 데이트를 했다 딸과 엄마는 둘만이 할 이야기도 많아서 딸과 근교로 나간다하면 남편이 먼저 나서니 원. 가끔은 눈치껏 알아서 빠져주면 좋은데 남자들은 왜그리 눈치가 없는 지 기필코 꼭 함께하려 해서 기회를 엿봤는데 드디어 어제 산악회에서 새벽부터 산행을 간다길래 기회는 이때다 싶어 백운호수로 고고고~~ 딸이 곧 말복이라고 한우를 사줘 배부르게 먹고 백운호수가 한 눈에 들어오는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세시간 폭풍 수다를ㅎㅎ 딸 없는 엄마들은 절대 느낄 수 없는 같은 여자로서..

언제, 어디든 기분 좋고 유쾌하다

두 달에 한 번씩 만나던 모임을 코로나가 저 멀리 밀쳐 놓아버려 좀 나아지겠지를 기다리며 2년이 훌쩍~~ 그나마도 여섯이 완전체인데 부득이하게 불완전한 다섯이 워밍업!! 20여 년 전 함께 근무한 학교에서 무엇보다도 생각(이념?)이 같은 샘들끼리 모임을 만들어 꾸준히 20여 년을 유지하는 만나면 좋은 친구이자 좋은 동료들과 유쾌한 봄나들이 하며 제대로 힐링힐링~~ 연둣빛으로 설렘주의보를 제대로 발령한 나뭇잎들이 어찌나 예쁘고 설레던지... 산수유, 진달래, 개나리, 벚꽃, 복숭아꽃, 매화꽃 꽃들이란 꽃들은 다 반겨주고... 백운호수 둘레길을 걸으며 봄을 실컷 흡입한 후 호숫가 카페에 자리잡고 앉아 그동안 모아둔 이야기 보따리를 풀었다. 석양에 노을이 물들 때까지 서너시간 풀어도 겨우 시작에 불과에 못다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