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는 날은 마음이 휴일일지 몰라도 몸은 그 어느날보다도 바쁘다. 가을햇볕에는 곡식만 말리기 좋은 게 아니라 빨래를 해서 널어도 바삭바삭 소리를 내며 기분좋게 말라서 아침부터 바빴다. 수건 삶아 널고, 색깔옷 빨아 널고, 엊그제 고향 밭에서 뽑아온 무로 깍두기 세 통 담고, 부지런히 재래시장에 가서 재료 사다 오이소박이 두 통 담고, 멸치볶음, 진미채볶음, 무나물, 도라지무침, 소고기장조림, 우거지된장국 끓이고 오늘 저녁의 메인인 제주은갈치 조림까지 맛있게 먹는 가족들 보니 흐믓하긴 했지만 집에서 온전히 보내는 하루는 쉼이 아니라 피곤을 쌓아서 월요일부터 조금씩 덜어내서 주말이 되면 가뿐한 몸으로 토요일은 친구나 지인들과 근교에서 힐링의 시간을 보내며 마음을 빵빵하게 행복으로 채우기 시작해 일요일엔 가족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