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발령지 2

첫 발령지 그녀들과 행주에서 파주까지

세월을 꿀꺽 삼켜도 여전한 사람들이 있다. 삼켜진 세월 속 추억들을 언제 뱉어내 펼쳐도 그립고 즐겁고 행복한 그녀들과의 세월은 그러하였고 여전히 그러하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스무 너댓살에 첫발령지에서 만난 그녀들 작은 시골 학교라서 샘들 모두 가족 같았다. 서울로 학교를 옮기 후에야 알게 된 건 학교 구성원 모두가 가족 같기는 어렵다는 거. 그래서 더더욱 그시절이 그리운가 보다. 한 달여 동안 오후 내내 뜨거운 가을 햇살을 고스란히 받으며 연습했던 운동회 무용 일주일에 한 두번씩 교직원 배구대회 후 장작불에 구워 먹던 삼겹살과 김치찌개 처총회(결혼 안한 남여 선생님들 모임)에서 똑같은 14금 반지 맞춰서 끼고 주말이면 도시로 나가 접했던 신문화 삽교천 방조제 둑에 앉아 별 바라보며 기타 반주에 맞춰..

오월, 그곳에서 만나자

첫 발령지 학교에서 설렘과 두려움, 기대감을 함께 녹여냈던 친구이자 동료샘들 자녀들이 그때의 우리 나이보다 몇 살은 더해져 새로운 출발을 한 두명씩 하는 걸 보니 아무리 우겨봐도 이젠 어쩔 수가 없나보다ㅠ 엊그제 주말, 친구 딸 결혼식장을 다녀오다 목에 뭔가가 걸린 듯한 먹먹함에 집으로 오는 길에 백운호수에 들러 차 안에서 한참을 앉아 호수만 바라보았다. 무엇이 걸려 먹먹했을까? 어느새 우리를 여기까지 데려다논 속절없는 세월이 야속해서 먹먹했을까. 속도의 완급 조절을 제대로 못해서 한 두번 방향을 잃었던 안타까움으로 먹먹했을까. 우리는 지금 사진 속 모습으로 이만큼 왔는데 마음은 첫 발령지의 첫 만남의 모습으로 저만큼에서 서성대는게 먹먹했던 것일까. 순리대로 사는 게 삶이라는 것도 알고 지금이 참 편안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