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솜이 살아가는 이야기

우리들의 가을 마중은 아름다웠다

소솜* 2020. 9. 16. 21:28

 

 

하룻밤을 자고 나면

가을이 한 뼘쯤 가까이 오고 있는 거 같다.

더 가까이 오기 전에

서둘러 가을 마중을 해야만

짧은 가을을 느끼지도 못하고 보내는

아쉬움을 덜어낼 수 있을 것 같아

올해는 마중과 배웅을 확실하게 하고 싶었다.

해마다의 가을 인증사진을 보노라면

알게 모르게 조금씩 익어가는 모습에

마음이 여무는 것 같아 웃음도 번지지만

반면에 쓸쓸함은 뭘까?ㅠㅠ

오늘의 가을 마중 사진들이

내년 이맘때 쯤에 보게 되면

덜 익은 풋풋함에 웃게 될까?ㅎㅎ

 

올해, 세 여인의 가을 마중은

자연에서 느끼는 가을도 충분했지만

마음에서 나누는 가을도 충분했다.

예닐곱 시간의 대화에서

함께한 추억들이

오랜 시간이 지나다 보니

드문드문 구멍이 나

서로의 기억이 도려진 부분도 있고

새로운 추억이 새록새록 재생되기도 하고

역시 기억은 추억을 따라잡지 못했다.

합집합의 기억들을 모아서

교집합의 기억만 남겨두고

군더더기 추억들은 북한강에 기꺼이 버렸다.

행복한 교집합의 기억 속 추억

그것만을 남겨 놓으니

서로 깔깔대며 행복하게 웃을 수 있었고

추억이 더더욱 소중하고 아름다웠다.

그렇게 가을 마중은

가을하늘 만큼 높고 파랗게

가을향기 만큼 달콤하게 마중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