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비는,
사람의 관계를 한 뼘쯤 가까이 다가가게 한다.
요 며칠,
내가 그토록 좋아하는 비가 내렸다.
비로 인해 피해를 입은 분들께 미안한 마음을 갖고
가끔,
혼자 가는 나인블럭 서종에서 비를 맞이했다.
비를 보며
추억을 꺼내 그리움을 맛보는
그 은근하면서도 여유로운 맛이
이미 폐부 깊숙히 자리잡고 앉아
비만 오면 마음을 흔들어 대지만
무엇보다도 커피향을
모세혈관까지 느끼기 위해 그곳을 찾았다.
냇물에 그려지는 동심원을 바라보며
갓 내려 향까지 좋은 커피란
커피가 아니라 행복이고 설렘이었다.
거기에 달달한 빵까지 곁들이면
기분은 그야말로 빵맛 보다 더한
꿀맛으로 세포 하나하나가 달달해진다.
읽어내려가던 책 위에
'지금'이라는 글자를 써 본다.
그 글자가 누구에게는 크고
누구에게는 작고
또한 그 글자가 누구에게는 웃고 있고
누구에게는 울고 있는 모습으로 투영되었다.
내가 지금 써 내려가는 '지금'이라는 글자는
또박또박 바른 글씨체에
함박 웃음을 터트리고 있다.
'지금' 나는 행복하다.
그 행복을 더 전염시키고
넘치도록 담아오기 위해
내일은, 마음의 젖줄이자
부모님이 계시는 고향으로 내려가
고추도 따고,
엄마 냄새도 실컷 맡고,
친구들과 깔깔 대며 어릴 적으로 돌아가야지.
내 커다랗고 투명한 비누방울 속 유년의 고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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