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무가 딱 김치 담기 좋게 컸는디
워찌 시간이 되는지 물르것다"
주말에 엄마 전화를 받고
그 마음을 충분히 읽었기에
1박 2일로 열무김장을 담그러 고향집에 다녀왔다.
이건 열무김치가 아니라 열무김장 수준!
다듬는 건 부모님께서 해주셔서 수월했는데
마당 수돗가에서 씻어서 절이는 건
햇볕은 쨍쨍, 허리는 뻐근해서
완전 고난이도 체력과의 전쟁!!
열무가 절여지는 동안
양념 만들기 시작~~
풀 쑤고, 붉은 고추 따다가 갈고
고춧가루, 액젓, 새우젓, 파, 마늘, 설탕, 양파 넣어서
잘 버무려 10분쯤 고춧가루 불기 기다렸다가
절인 열무 씻어서 버무리기 시작
버무리다 간보고, 버무리다 간보고
서너 번 간을 봤더니
입안도 얼얼하고 배도 부르고 ㅋㅋ
엄마, 언니, 동생 각각 한통씩 남겨놓고
내가 김치를 담갔으니 울집은 두 통ㅎㅎ
열무 김장은 처음 해봤는데
맛이 썩 괜찮아서 열무김치 싸들고
가을 바람도 솔솔 불겠다
북한강 정자로 친구들과 가을 소풍
주메뉴가 열무김치인지라 반찬은 최소화
엄마표 고추와 고추장 햇콩을 넣은 찹쌀밥
계란말이와 콩나물만 추가하니
나름 근사한 웰빙으로 맛나게 점심을~~
주변 경관까지 너무 예뻐서
밥맛이 꿀맛이어라!!
마지막 입가심은
있는 반찬 넣고 즉석비빔밥을 해봤는데
이게이게 완전 끝내주는 맛
배 두드리며 빈곳 만들어 가며
배터질 것 같다면서도 깔깔대며
밥 한 톨 남김없이 순삭~~!!ㅎㅎ
목까지 차오르게 먹었으니
걸으면서 소화시키기 돌입
생각지도 않은 노란코스모스(황화코스모스)까지
흐드러지게 지천으로 피어서
마음에 꽃물 들이며 산책~~
역시 꽃보다 사람이 아름답고
그 사람이 만드는 추억이 아름답고.
열무 김장 덕분에
초가을의 어느 날
노란 추억 하나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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