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솜이 살아가는 이야기

한 해 한 해가 달러

소솜* 2022. 11. 4. 10:13

작년에 갔었던 곳
작년에 보았던 단풍
똑같은 장소에서
비슷한 날짜에 본 단풍을
올해 그곳에 다시 가서 보니
더 곱게 물든 것 같고
더 깊게 마음에 스며들며
예전에 엄마가 했던 말이 문득 생각났다
"한 해 한 해가 달러
해가 갈수록 워찌나 곱게 단풍이 드는지
사람과는 꺼꾸로 나이드는 개벼"
엄마의 그 말 속 마음에는
살아온 세월에 대한 아쉬움도 있으리라
살아온 날들보다
살아갈 날들이 턱없이 적게 남았음에
그 헛헛함으로 단풍이 곱게 보였으리라.
그윽한 눈빛으로 단풍진 들녘을 바라보시며
물기 묻은 말을 혼잣말처럼 하시는데
먹먹함으로 가슴이 미어졌는데
지금은내가 딸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기도 하다
들꽃이 눈에 들어오면 나이가 드는 거라는데
언제부터인가 들꽃 한송이 그냥 지나치 못하고
물끄러미 바라보며 "예쁘다"를
연발하며 감탄하는 걸 보면
나도 이제는 해마다 단풍이
더 곱게 물들 것이라는 것을
이미 마음에 답으로 정해 놓은 것 같아
가슴 한 켠으로는 가을 바람이 스산히 분다
지금까지 다른 사람에게 못된 짓 안하고
나 자신에게 크게 부끄러움 없이 살았으니
이 가을날 곱게 물든 단풍 보며
세월을 낚아도 흉이 되지는 않겠지
누가 뭐래도 가을은 참 예쁘다
그래서 오늘도 난 세월을 낚으러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