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면 안된다는 걸 머리로는 충분히 알면서
이넘의 손이 문제라니까 큰 문제.
아침 먹다 우연찮게 눈에 들어온 렌지후드
하루 두끼 이상은 꼭 해먹다 보니
후드에도 기름 때가 살포시 눈치 안채게 앉더니
왜 하필 오늘 눈에 띄어 문제의 발단이 되냐고ㅠ
새 것 인듯
새 것 같은
새 것 아닌
렌지후드가 두 시간을 잡아먹더니 반짝반짝~~
집안일이라는 게 한 번 시작되면 브레이크 고장난 차량처럼 멈추질 않으니 원.
렌지후드에서 시작된 일이 전자렌지, 식기세척기, 오븐 청소로 이어지고
머리는 도리질 하며 냉장고 정리로 이미 손은 움직였고
자동화 시스템 처럼 집안 대청소까지 논스톱으로~~
90% 에너지 소모되어 겨우겨우 스톱이다 싶을 때
설에 고향집에서 가져온 무가 왜 눈에 보이느냐고ㅠ
가을 무 깍두기는 아삭하고 시원해 새콤하게 익혀
깍두기에 밥비벼 먹으면 그또한 밥도둑이렷다
생각만으로도 입안에서 군침이 돌고 손은 미이 깍둑썰기 중
두 통 담그고 기진맥진 상태로 좀 쉴까 싶었는데
산에 간 사람 저녁 먹으러 올 시간이네.
부랴부랴 저녁 준비해서 배부르게 먹이고 먹고
설거지 하고 주방 전등 끄며 시계보니 8시가 훌쩍~~
그렇지않아도 손이 갈퀴인데 고무장갑은 답답해서
맨손으로 청소하고, 깍두기 담고, 밥 해 먹었더니
이건 60년 농사만 지은 할머니 손보다 더 엉망이네
어디가서 손 내놓기 민망해서 밥도 제대로 못먹겠다ㅠㅠ
이 모든 문제의 발단이 된 렌지후드~~
니가 다 책임져~~ 내 손, 내 어깨, 내 체력 방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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