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지변의 피해를 심하게 겪지 않고
내가 살아오는 날들의 기억 속에는
천재지변의 피해를 뉴스에서 연일 오르내릴 정도는
지난 주 내린 폭우가 처음인 거 같다.
주말에 고향집에 내려가며
채운 들녁이 물에 잠겼으면 어쩌나 싶었는데
초록의 벼는 더욱 짙어지며 폭우의 흔적조차 없어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피해를 입은 시장 상인들께는
죄송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엄마가 안계신 고향집
아버지가 넋을 놓고 손대지 않은 밭에는
언니가 심어놓은 옥수수만 10여 그루 익어가고 있고
남은 밭은 잡초가 사람 키 만큼이나 자라 있었다.
예전부터 '잡초처럼 살아라'하는 말이 왜 생겨났는지 알 거 같았다.
농삿일에 서투른 우리가 잡초를 어찌 따라 잡을 수가 있으랴
경제가 잡초처럼 쑥쑥 성장하고
힘든 사람들 모두가 잡초가 자라듯 가정경제가 잘 풀려
주변에서, 뉴스에서 좋은 소식이 많이 전해졌음 싶다.
엄마가 없는 집에는 덩그마니 아버지 혼자 앉아서
밭에 잡초가 뒤덮여도 밖을 내다보실 생각을 안하신다.
엄마가 떠난 빈 자리가 아버지에게 저리 큰 영향을 줄지
우리 사남매는 전혀 예상조차 못했다.
자식 집도 싫다, 요양원도 싫다
그저 망부석처럼 거실 쇼파에 하루 종일 앉아 계시는 아버지
자식들이 아무리 말씀드려도 요지부동인 아버지
그런 아버지를 보는 자식들 마음이 못내 안타깝고 안스럽다.
하늘에 계신 엄마를 만나고 오는 길에
커피에 진심이라는 '용연공방'에 들렀다.
엄마와 도란도란 이런저런 이야기 하며
보고 싶어서 울고
아버지 잘 살펴달라고 부탁하면서 울고
못해드린 것들만 생각이 나서 미안해서 울고
먹먹해진 마음을 어찌할 수 없길래
꾹꾹 마음 누르고
씩씩한 척하며 아버지와 저녁 먹기 위해선
엄마를 만난 먹먹함을 덜어내야만 했다.
커피에 진심이라는 '용연공방'을 갔었다.
고향집에 내려갈 때마다 한 번 가봐야지 했는데
바빠서 시간을 못내다가 큰 맘 먹고 들러봤는데
그 가격에 한 번 놀라고
그 양에 한 번 더 놀랐다.
사장님께서 자신있게 추천도 해주시고
이달의 커피라기에 주저없이 주문했는데
커피 맛을 제대로 알리 없는 나는
"이 커피 마시면 다른 카페에서 커피 못마십니다"하신
사장님 말씀에 한 표를 얹기 보다는
'맛은 둘째치고 양이라도 많이줬음ㅠㅠ'
.커피향으로 마음 추스리고
아버지 모시고 나가 갈비 사드렸더니
맛있게 드시는 모습에 또 먹먹.
부디 사시는 날까지 굳은 마음으로 건강 잘 챙기시길...
채운 들녘은 점점 초록이 짙어지고
나는 엄마 그리움이 점점 더 깊어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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