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할 때는 심통난 시어머니 얼굴처럼
비가 금방이라도 쏟아질 듯 회색빛 하늘이었는데
출발 후 10분쯤 지나 하늘이 구멍이 뚫린 듯
비가 억수 같이 퍼부어 와이퍼를 미친듯 움직여도
앞이 잘 안보여 비상등 켜고 천천히 가는데
설상가상으로 천둥까지 쳐서
어찌나 무섭고 놀랐던지 두근두근 조심조심
가까스로 '헤이데어'에 도착하니
언제 그랬냐는 듯이 비는 뚝
그 비를 뚫고 만나러 가는 사람이
하루라도 안보고는 못살 정도의 애인이어야 하건만ㅋㅋ
누가 보면 사귀는 줄 알겠어 ㅋㅋ
유리창에 수놓은 빗방울을 바라보며
숲뷰에서 고소한 빵과 향기로운 커피를 마시며
오랜만에 보는 친구와 쌓아둔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장대비를 뚫고 천둥 소리가 심장 벌렁였어도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색다른 추억으로 자리잡아
비오는 날마다 되살아나 생각이 날것 같다.
각자 점심을 먹고 만났기에
비에 이야기를 섞어서 나누다 보니
슬슬 배가 고파오기 시작해
고심 끝에 '한국인은 밥심여'로 의기투합
처음 가는 곳이 검증이 안되어 불안하길래
둘이서도 두어 번 갔던 '열두대문계절쌈밥'으로~~
도착시간이 브레이크타임 끝나고 막 오픈한지라
우리가 첫 손님으로 입장하는데
입구서부터 전시된 '임영웅' 사진은
크다면 큰 매장 벽이나 남은 공간을 빈틈없이 채워서
'갑오징어 볶음' 맛조차 제대로 느끼지 못할 정도로
시선 둘 곳이 없고 정신까지 혼미해지는 것 같았다.
사장님께서 임영웅 사생팬이시라고 하셔서
얼굴이 궁금해서 뵙고 싶었는데
새로 오픈한 옆 건물에 계신다해서 보진 못했다..
'지나치면 부족함만 못하다'라는 말이 있듯이
손님 중에 조금은 불편한 사람도 있지 않을까......
음식점인지 임영웅 사진 전시회장인지
헛갈리고도 남을 만큼 정말정말 사진이 많아
시선을 두는 곳곳마다 임영웅이 웃어주네그려.
그곳에 전시된 사진을 다 담지도 못했지만
나는 장대비 속을 덜덜 떨며 뚫고 가서
그녀(친구)와 그남자(임영웅)을 만났다 ㅎㅎ
마치 셋이 밥 먹으며 데이트한 기분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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