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했으니
잘 먹어야 숲향기도 잘 느낄 수 있어
맛집이라고 알려진 '산낙촌'에서
쓰러진 소도 벌떡 일으킨다는
산낙지 듬뿍 들어간 낙지볶음에 슥슥 비벼 먹고
누룬밥으로 구수하게 입안 코팅~~
하루 종일 걸어도 될 만큼 배도 채웠으니
예약해 두었던 '광릉수목원'으로 고고~~
미세먼지 좋음
날씨도 딱 좋음
기분은 더 좋음
이러니 숲 산책이야말로 더더더 좋음인데
걸으면 걸을수록 이상하게 엄마 생각이많이 났다.
숲과 엄마의 인과관계가 무엇이길래
좋은 기분 위에 엄마 생각으로
먹먹함이 덧씌워졌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아마도 숲이 우리에겐 여유로움이지만
엄마에게는 생계의 수단이었던 적이 있기에
엄마 생각이 서너시간 산책하는 내내 맴돌았나보다.
배꼽시계는 정확하게 울리고
발렌타인데이와 화이트데이에
줄 넘도 받을 넘도 없었던 우리가
블랙데이에 할 수 있는 거라곤
짜장면 대신 색깔이라도 비슷한 팥죽 먹는 것ㅠㅠ
먹었으니 마셔야지
둘은 목까지 꽉 찼다길래
요기조기 빈공간으로 넣으려고 나는 끝까지 버티고ㅎㅎ
피톤치드 실컷 마시며 하루 잘 놀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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