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솜이 살아가는 이야기

나의 기도는 오늘도 계속되고~~

소솜* 2023. 10. 16. 11:36

싱그러운 초록빛을 띈 배추
겉절이 좋아하시는 울엄마
올해도 잘 드셔야 하는데......

서리태콩
딸들이 서리태콩 좋아한다고
해마다 꼭 심곤 하신다.

팥죽 좋아하시는 울엄마
햇팥으로 팥죽 쑤어 드릴 생각만으로도
여문 팥을 따며 기분이 좋았다

제법 밑둥이 자란 무
가을무로 생채 해드리면 쓱쓱 비벼서 한그릇씩 드시곤 했는데ㅠ

알타리무
올해부터는 엄마가 도움조차 줄 수 없기에
배추 김장은 각자 알아서~~
총각김치는 언니와 내가 둘이서
사남매와 엄마집 것까지 담그기로~~

쪽파김치 담글 쪽파도 잘 자라고 있고~~

10그루 심은 고추는
여름 내내 고향집 갈 때마다
다들 열심히 따다 먹었는데도
아직 주렁주렁 달려있고~~

큰 화분에 심어서 내년 봄까지 먹을 대파~~

옥상에 올라가 누렇게 익은 들녘의 논을 바라보노라니
새참 나르고 이삭 줍던 생각에 코끝이 시큰~~
지금은 다른사람에게 맡겼지만 아버지 이름의 논들

유난히 꽃 좋아하시는 엄마가
바쁜 농삿철에도 계절꽃을 꼭 심고 가꾸곤 하셨는데
올해는 국화꽃도 맨드라미도 없고
붉은 장미꽃만 엄마의 꽃밭에 피어있는 모습이
어찌나 먹먹하고 쓸쓸한지.

지난 주말 3일 동안 고향에 내려가
부모님 식사와 목욕을 해드리고
텃밭(텃밭이라고 하기에는 좀 넓은)에
자라고 있는 채소들을 둘러보다
밭에 앉아 펑펑 울었다.
매 끼니 마다 색다른 음식으로 해드려도
입맛이 없다며 드시는 둥 마는 둥 속상하게 하시더니
목욕을 시켜드리다 보니 하루가 다르게 근육이 빠져서
다리는 앙상한 나뭇가지 같아 속상하게 하고
그나마 조금 나은 아버지가  다리를  간신히 기다시피 옮기시며
자식들 주려고 채소들은 왜그리 갖가지 심으셨는지
부모님의 자식사랑의 정성을 먹고 잘 자라 있는
배추, 무를 보는 순간
참고 참았던 눈물이 수돗꼭지를 틀은 듯
하염없이 쏟아져 꺼이꺼이 한참을 울었다.
당신들의 모든 것을 자식들에게 아낌 없이 내어주시고
이제는 그 자식들이 충분히 여유가 있어
어디든 모시고 다니며
아름다운 곳 구경시켜 드리고, 맛있는 음식과 좋은 옷 사드리고, 최고의 의료진으로 치료도 받게 할 수 있는데 부모님(특히 엄마)은 기다려 주시질 않고 그 무엇도 어찌할 수 없는 상황이 속수무책이니 그저 울음으로 내뱉을 수 밖에 없어 안타깝고 속상했다.
하루 종일 누워 계시면서도 정신은 또렷하셔서
요양병원에 입원해서 편히 쉬고 싶으니 보내달라고 하시는 엄마와
요양병원에 입원시키면 왠지 엄마를 방치하는 것 같아 버티고 있는 자식들과의 줄다리기는 여전하다.
다른 집은 우리집 같은 상황이면 의견이 반대라는데
우리집은 자식들이 엄마가 정신이 또렷하실 때까지는 도저히 보낼 수 없다는 생각으로 주중에는 간병인이 주말에는 자식들이 보살피고는 있는데 점점 몸이 쇠약해지시고 이제는 식사 때만 겨우 간신히 거동하시는 모습을 보노라면 억장이 무너져 내린다.
제발 기구에 의지해서라도 엄마가 텃밭 구경이라도 할 수 있길 간절히 기도하고 또 해본다.
'엄마, 아버지 지금처럼이라도 오래오래 자식들 곁에 있어 주세요. 당신들이 베풀어 주신 은혜 1/10 이라도 갚을 수 있는 시간을 주십시오. 최선을 다해 정성껏 보살펴드리고 사랑하겠습니다'
오늘도 나의 기도는 계속되고 엄마의 텃밭에는 가을이 여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