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날에 마시는 커피
오광수
이렇게 비가 오는 날엔
창가에 기대어 마시는
따뜻한 커피 한잔이 좋다
유리창을 쓰다듬는 빗줄기가
지난 날 그 사람의 손길이 되어
들고있는 잔을 꼭 쥐게 하면서
한모금 천천히 입안에 모으면
온몸에 퍼지는 따스함으로 인해
저절로 나오는 가벼운 허밍
보고픈 이의 향기 였을까?
지나간 이의 속삭임이 였을까?
커피향은 가슴으로 파고 드는데....
목 안으로 삼킬때의 긴장은
첫마디를 꺼내기가 어려웠던
첫사랑의 고백이 되어
지그시 감은 눈 앞으로
희미한 얼굴이
빗소리와 함께 찾아온다
이래서 비가 오는 날이면
나만의 지난날과 함께 할 수 있는
따뜻한 커피 한잔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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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에는 따뜻한 커피가 참 좋다.
누구와 마시든 향이 깊고 참 좋지만
친구와 마시는 비오는 날 커피는 향이 더 깊다.
기왓장 추녀 끝에서 주르륵 떨어지는 빗물,
빗방울이 연둣빛 잎사귀를 타고 흐르는 모습은
마치, 폐부에 비가 내리는 듯하다.
차곡차곡 정리된 추억의 한부분을 쿡 찌르며 적신다.
주로 유년의 추억을 건드리지만 그날은 달랐다.
친구로서 살아온 시간 속으로 도란도란 이야기 소리가 비 소리 속으로 스며들었다.
비오는 날을 좋아하지만 유난히 좋았다.
빗소리도 예쁘고
연둣빛 나뭇잎이 비바람에 사각거리는 소리도 예쁘고
그 사이사이 우리들의 소리는 더 예뻤다.
비가 와서 좋았다.
너와 함께 비를 보아서 참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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