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후에 내린 비에 나는 홀렸다.
외출 후 집으로 가야 마땅했는데 나도 모르게
반포둔치에 주차하고 멍 때리기 시작했다.
빗소리가 전 부치는 소리와 비슷해서
비오는 날은 전을 먹어줘야 한다는데
난 후드득 차에 떨어지며 내는 소리와
앞유리를 타고 흘러내리는 빗물이
심연의 무엇인가를 툭 건드리는 거 같아
하염없이 소리와 빗물과 공원의 풍경을
멍 때리며 바라보다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니
앗뿔사 두시간이 넘게 정신줄을 놓고 멍~~
시간 순삯을 하다 제정신으로 돌아오니
빗소리는 영락없는 전부치는 소리인지라
군침 꼴깍 삼키며 부랴부랴 집으로 돌아와
저녁은 감자 강판에 갈아 남편과 막걸리 한 잔 짠~~
까딱 했더라면 분위기에 취해 가족관계 깰뻔ㅋㅋ
나 이러다 비오는 날마다 머리에 꽃핀 꽂고
머리카락 꽈배기 꼬듯 배배 말며 쏘다니다
안전문자 발송 주인공이 되는 건 아닌지
심히 불안하고 걱정이네ㅠㅠ
그래도 난 비오는 날은 무조건 좋다.
비오는 날은 모든 걸 허락하고 싶어진다.
내게 부탁을 하려면 비오는 날을 택하라~~
앗, 이건 비밀ㅋㅋ
암튼, 오랜만에 제대로 멍 때렸다
비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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