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솜이 살아가는 이야기

마음을 담아 다정하게 불러 본다

소솜* 2023. 7. 3. 11:43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 김춘수의 시 <꽃> 중에서 - 

이름을 부른다는 것은 마음을 준다는 것이 아닐까?
믿음과 사랑을 준다는 것이겠지.
지금 이 순간 잊지 않고 기억한다는 것이기도 할테고
그가 나를, 내가 그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황홀할 지경인데,

이름을 불러주니 꽃이 아니면 무엇으로 피어날까?
오래 전 나 또한
누군가가 나의 이름을 불러준 순간
나도 그의 꽃이 되어 갖가지 향기를 내뿜었던 적이 있다.
어느날은 고혹적인 향의장미꽃으로
어느날은 은은한 향의 국화꽃으로
어느날은 부드러운 향의 들꽃향으로
어느날은  피로감을 덜어주는 향의 라벤다꽃으로
어느날은 그만이 느낄 수 있는 나만의 향기가 있는 꽃으로
그렇게 나는 그의 꽃이 되었고 그 꽃이 영원할 줄 알았다.
지금은 꽃으로 피어났었는지 조차 희미한 기억이지만ㅎㅎ
오늘도 폭염은 계속되고
더위로 정신이 혼미해졌는지
기억
저편에 숨쉬던 추억들이 하나둘 떠올라
추억 속 사람들 이름을 읊조리듯 입술을 달싹이며 불러본다.
마음을 담아 다정하게 불러보는 사람들에게
장미꽃, 백합꽃, 들꽃들이 피어나서
부르는 나도, 불리는 그들도 다 행복한 날들이었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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