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솜이 살아가는 이야기

이 먹먹함에 어찌할 바 모르겠다

소솜* 2023. 10. 24. 14:52

살면서 마음을 어쩌지 못하는 날이 있다.
내게도 서너 번 그런날이 있었다.
그 서너 날 중에 어제 오늘이 그러하다.
버틸 만큼 버티고
미룰 만큼 미루고
4~5년을 주말마다 자식들이 내려가 보살폈음에도
이제는 매일을 보살펴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왔다.
그 상황을 엄마보다 자식들이 못받아 들이고
버티고 미루고 하루만 더 하루만 더 하다가
결국 엄마의 바람에 지고 말았다.
어제 집 앞 요양병원에 모시고
직접 모시고 간 언니도
실시간 상황을 전해 듣는 나와 막내 동생도
외국 출장 중인 큰동생도
하루 종일 울다 마음 다잡다 또 울다
밤새 잠도 잘 수 없어 4남매가 카톡하다  밤을 꼴딱~~
다시 집으로 모셔오자에 결론을 내리고
아침에 언니가 병원에 갔는데
원장님이 "지금은 집에서 케어할 상황이 아니다 허리가 덜 아플 때까지 꼼짝하지 않고 누워서 전문적인 간호와 치료를 받아야 하니 가족들이 마음을 다부지게 먹고 엄마가 병원에 적은할 때까지 자주 면회도 오지말고 통화하면서도 절대로 울지 말고 밝은 목소리로 긍정적인 대화를 해야한다며 당분간 지켜보자"고 하셨단다.
정신은 건강하셔서 언니를 바라보며 불안한 마음을 보이시며 "집이 좋긴 좋은데 엉덩이뼈가 너무 아파서 꼼짝을 못하니 집에 갈수도 없고 ......"하시며 말끝을 흐리시는 엄마를 두고 병원을 나오며 내게 전화해서 둘이 펑펑 울었다.
우리 4남매가 멘탈이 약하니
장기전을 생각해서 마음을 꽉 잡자고 서로 위로는 했지만 어제, 오늘 마음을 어찌할 수가 없다.
금요일에 내려가면 울지 않고 엄마와 마주할 굳건한 마음을 다지고 일상으로의 회복을 위해 가을이 깊어가는 고즈넉한 곳으로 왔어도 앞으로 이토록 아름다운 풍경을 엄마와 다시 볼 수 있으려나 하는 생각에 눈물이 흘러 선글라스로 가려도 어쩌지 못하겠다.
누군가는 아흔이 다 된 두 분 부모님이 살아계신 것만으로도 축북이고 행복이라고 부러워 하건만 난 엄마가 영원히 우리 곁에서 함께하실 것만 같아 아직도 받아들여지지도 않고 현실을 인정하지도 못하겠다.
이런 날 그냥 아무말 없이 어깨를 내어줄 친구가 같이 동행했음 싶었다. 내 마음을 이해하고 아무 말없이 어깨를 내어주고 펑펑 울어도 기다려 주고 위로가 되어줄 친구.
남편이나 딸에게서 받는 위로보다
나와 동시대를 살아온 딸로서 공감이 가능한 위로
사람은 많은데 사람이 없고
친구는 많은데 친구가 없어
한없이 외롭고 쓸쓸함에
이 먹먹함을 어찌할 바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