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6

엄마. 꼭 놀러와 기다릴게

엄마 우리 왔어 모레가 무슨 날인지 알지? 동생들이 출근해야 해서 미리왔어. 해마다 카네이션 꽃보며 환하게 웃어주던 울엄마 지금도 환하게 웃으며 우리들 보고 있지? 환한 엄마 모습이 보이진 않아도 느껴지는데도 왜이리 명치를 사금파리로 사정없이 긁어대듯 아프고 또 아픈지 주체할 수가 없을 정도로 아파. 엄마를 느낄 수 있어도 볼 수 없는 아픔이 이런거였다면 모든 의학의 힘을 빌어서라도 어떻게든 하루라도 엄마를 더 봤어야 하는데 그게 마음대로 안되더라구. 어쩔 수 없었다는 말 결국은 우리들이 미안함 덜어내려고 하는 말이었던 거 같아. 엄마, 올해도 어김없이 불도화는 저리 예쁘게 피었는데 "워찌 저리 꽃이 탐스럽고 이쁘다냐"하는 엄마 목소리가 안들리니까 꽃이 별로 예쁘지도 않고 어김없이 핀 불도화가 오히려 야..

파김치에 울고 고추장에 웃고

고향~~ 어머니의 품처럼 포근하고 따뜻한 곳 그 곳이 고향이라고 말하곤 하던데 누렇게 익어가는 너른 들녘 자고 일어나 아침에 줍는 밤 잘 익어가고 있는 감, 대추를 보노라면 따뜻하고 여유있으면서 뭔가 모를 뭉글함이 가슴에서 몽글몽글 피어오르는 것 맞다. 하지만 그럴 여유도 잠시 커피 한 잔 마실 틈 없는 일이 시작된다ㅠ 어제 오전 수업 마치고 고향으로 출발 마당에 들어서니 차에서 내리지도 말랜다. 엄마 보청기 수리하러 언니와 엄마 모시고 다녀온 후 옷 갈아이입기 무섭게 김장파 심은 거 솎아서 파김치 담그려고 쪽파를 다듬는데 아직 다 자라지 않아 연하긴 한데 파 다듬다가 눈물은 쏙 눈알은 빠질 뻔~ 한 번에 먹을 만큼 돌돌 말아 통에 담고 이불 펴고 언니와 이야기 하다보니 쿨쿨 빠지려던 눈은 다시 제자리로..

엄마의 꽃밭

팝콘이 터지듯 봄꽃이 지천으로 피어난다. 엊그제 친구들과 개나리길을 걷다가 문득 서너 해 전 벚꽃길로 입소문 나서 전국에서 꽃구경 오는 당진천 벚꽃길을 부모님을 모시고 가서 구경한 적이 생각났다. 장관을 이룬 꽃길을 걸으며 엄마가 하신 말씀이 해마다 꽃이 지천으로 피어나는 봄이 되면 명치에 뭔가가 얹혀 있는 듯이 먹먹하다. "내년에도 이렇게 이쁜 꽃을 볼 수 있으려나 모르것다 너는 볼 수 있을 때 실컷 구경 다녀라" 그리곤 코로나와 걷기 불편하다는 이유로 서너 해 거른 당진천 벚꽃길을 오전 수업 마치고 고향에 내려가 오후에는 꽃비를 맞으며 걸어보려 한다. 부모님의 걸음걸이 보폭에 맞춰 쉬엄쉬엄 걷다 보면 예전에는 보지 못한 풍경도 눈에 들어올테고 무엇보다 꽃보다 아름다운 촌노의 모습에 더 탄성을 자아내게..

지난 보름을 나는 이렇게!

지난 보름을 나는 이렇게!! 어느날~~ 오전 수업 마치고 내게 휴식의 선물을 주고자 서종 나인블럭에서 읽고 싶었던 책을 서너시간 읽으며 커피향 보다 좋은 여유향으로~~ 또 다른 어느날~~ 상큼하고 아삭한 오이김치가 땡겨땡겨~~ 오이 20개로 두 통 담가서 한 통은 실온에서 3일 익히고 한 통은 냅다 냉장고로 먹을 때마다 식감도 좋고 맛도 좋고 캬~~ 끝내주네! 또또 다른 어느날~~ 친구들과 동네에서 수다 한 판 동네 작은 카페라 그런지 산뜻한 체크깔개로 커피향을 더더욱 살려주네그려. 또또또 다른 어느날~~ 1박 2일로 고향집에 다녀왔다. 부모님께 맛있는 것도 해드리고 엄마와 한 침대에서 자면서 도란도란 이야기도 나누고 마늘을 비롯하여 대여섯 채소들이 새싹을 내밀고 유난히 꽃 좋아하는 엄마가 밭 가장자리 ..

가을과 겨울 사이~~

2021년 마지막 달 십이월 한 해의 마무리 멋지게~~ 파이팅~~!! 코로나 상황에서도 어김없이 크리스마스는 다가오고 포인세티아를 보고 있노라니 크리스마스에 좋은 일을 예감하듯 왠지 기분이 좋고 설레이네. 잎이 떨어진 나무 유유히 흐르는 강물 텅 빈 야외 풍경들 가을과 겨울 사이의 쓸쓸함 우겨대도 그저 겨울이다. 갈색빛은 뭔가 모르게 그리움과 쓸쓸함이 묻어 있는 거 같다. 그래서 가을색인가 보다. 실내는 겨울 분위기가 풀씬~~ 올해는 다들 지치고 힘드니까 그 여느 해보다도 마음이라도 따뜻하고 행복했으면 좋겠다. 오전 수업 마치고 고향으로~~ 부모님 살아 계실 때 한 번이라도 더 찾아뵙고 한 끼라도 더 챙겨드리는 게 돌아가신 후에 잘하는 것보다 낫지 않을까. 석유 아깝다고 보일러도 안 켜시고 정기장판에 의..

달님~~소원이 꼭 이루어지도록 해주세요

분명 밤 9시쯤 부모님과 4남매가 고향집 옥상에서 맑은 하늘에 두둥실 떠 있는 보름달을 보며 소원을 빌었는데 한 시간 후 언니와 다시 옥상에 올라가 하늘을 올려다보니 비가 오려는지 언뜻언뜻 구름 사이로 보름달이 보였다. 한 해 한 해 빌게 되는 소원은 적어지고 그 중 가장 큰 소원은 가족의 건강이고 두번째가 지금 이대로의 편안함과 행복 유지 마지막이 내가 알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원하는 것들을 이루며 행복하길 바라는 거였는데 딱 한 사람만큼은 소원빌기에서 올해도 제외했다. 내 마음이, 내 머리가, 내 가슴이 아직은 아니라고 하기에 그냥 제외하고 빌었을 뿐이다. 둥근 보름달 만큼이나 내가 아는 모들 사람들이 남은 올 한 해 둥근 보름달처럼 꽉 차게 행복한 일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내가 보름달에게 빌은 소원..